mouth/diary

오월 십팔일

eeajik 2023. 5. 18. 22:43

언젠가부터 광화문은 내게 숫자 섞인 작별의 섬이 되었네. 교보문고에서 폴더폰을 붙잡고 멍하니 서 있다 말 없이 1711을 타고 돌아간 날, 10대의 반을 보낸 볼펜 향기 섞인 이와 더는 연락을 하지 말자며 청계천에서 씁쓸히 웃고 7016을 타던 날, 전화를 받고 급히 광나루로 가서 100번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주책맞게 정작 나는 왜 우는지도 모른채 울던 날, 그 밖에도 차마 적지 않는 수 많은 작별. 

 

종종 다른 이들에게는 풍화의 전날이라 기억에 남는다 말하지만 나는 네가 떠난 날로 오늘을 기억하네. 오늘 서울은 멍청할 정도로 흐릿하게 비가 왔다.

오늘은 풍화를 들었다. 내가 가장 아플 때 만든 그 앨범은 그래서 자주 듣지 못한다. 수 많은 환청과 환각, 그로인한 혼잣말이 가득 담긴 아프지만 고마운 앨범. 

 

나는 기억하기 위해 적는다. 추억하고, 돌이켜보기 위해 짓는다. 잊지 말자. 내 가장 영원하고 완벽한 일기는 소리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