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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th/ty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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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우리는 하얗게 굶주렸네 응, 더는 묻을 곳이 없어 서로의 코를 흘깃대며 머리를 자꾸만 숙이고 혹여나 악취가 닿을까 혹여나 구김살 보일까 먼 발치에 눈길을 두고 말을 건네는 습관 자 어서 내게 칼을 대 차분히 내게 말을 해 먹색 호수에서
무제 운명론자 여럿이 칼을 쥔 채 서로를 찌르고 농담을 건네 우리는 잠을 위해 궤적을 남기고 있었네 우리는 숨을 세며 궤적을 그리고 있었네 그 세계의 지도를 너에게 선물할게
무제 미운 잠도 미래들도 전부 죽인 채 서서히 빛나는 가만히 부서지는 교묘한 가여운 그림을 그려보네
무제 수 없이 무너지는 들큰한 밤이면 가랑비 들쳐업고 늪으로 향했지 얘야 여기 있니 얘야 나를 보렴 나는 늘 뒤쫓는 호저 연안에 잠겨 죽는 자정 날이 선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하길 바라네 나는 늘 놓치던 술래 달빛에 불타 죽는 매일 모든 걸 죽여 주세요 이런 날 죽여 주세요 여름의 청승은 가혹하지
무제 솥에 몸을 담가 죽은 이가 발이 시려워 우는 탓은 사랑에 미쳐 사는 탓이라 하였네 질투에 잡아 먹혀 죽은 이가 술을 자꾸 찾는 탓은 적어도 오월엔 숨을 끊을 계획이지 좋아해요 좋아해요 꿈을 먹는 동물에게 잠을 팔고 너를 사요 좋아해요 좋아해요 꿈을 먹는 동물에게 달을 팔고 나를 사요
무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의 웃음을 보면은 추위에 귀가 얼더라 창백한 등을 보인 채 서둘러 도망을 하던 날 모두가 우스워 했네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병에 걸린 채 기록을 마무리 하는 법을 언젠가부터 서툴어 했네 나를 마주해 줘요
무제 균열이 잦은 폭포 속 풍향을 잃고 헤메였네 어지러이 백호의 눈을 찾아서 언덕을 자꾸만 향했지 안녕 길을 아나요 안녕 길을 아나요 나 목이 말라요 지난 계절의 재를 모아 구부정한 꿈을 섞어요
무제 허울을 감추고 이내 선잠에 들었네 아차, 내 이름을 부수고 와야지 사랑의 표본을 찾아 허파를 도려내 먹었지 아차, 네 눈을 가려야 했었지 나는 평생 빛을 볼 수 없도록 유달리 어두운 요새를 지었지 네 맞아요 나는 그저 웃음을 하나도 몰라요 그래서 이름을 지워요 비로소 자신을 잃어요 주어를 모두 다 잊어요 이유를 모두 다 죽여요 여리게 울어요 여리게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