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흼, 나를 품어주길 바란다

eeajik 2017. 12. 15. 15:14

나는 아직 너무도 어린가보다. 어쩌면 내 나이와 모습보다 덜 자랐나 보다. 항상 이 순간엔 설레어 어떤 일도 할 수가 없다. 정말 완벽한 눈 그 자체, 눈이란 단어가 내리는 광경을 올해에는 아직 한번도 볼 기회가 없었다. 음악을 만들고 나오는 길목에서 눈이 내려 왔었던 광경을 보고 평소처럼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집으로 돌아갔었고, 가벼운 진눈깨비가 내리던 순간은 병원에 다녀온 내 아름다운 검은 기타를 찾아 합주를 가서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연주하며 이야기하며 노래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음악을 들으며 작업실 문을 열고, 건반에 손을 얹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했고, 내가 사랑하는 세 명과 잡다한 이야기를 작업실에서 나누고, 우리의 완성되어 곧 모두들 앞에서 노래할 곡을 들었다. 그러며 아침부터 다듬었던 아끼는 눈사태라는 곡을 마무리짓고, 오랜만에 왠지 사버린 옅은 담배를 한 대 태우려 문을 나온 1층에서. 너희를 보았다. 새하얗게 불타는 듯 우리의 가장 사소하고 눈이 닿지 않은. 그렇게나 상관 없는 곳까지 포근하고 아름다이. 맑디 맑게 품고있는 너희의 자태. 그 내려앉은 존재 자체만으로 얼마나 우리의 땅은 찬란해지고 순백색의 아름다움이 존재하는가. 너희는 우리에게 이 밤을 다시 일깨우게 하고, 우리를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너무도 고맙다. 이 순간이. 함께 있다 집에 돌아가야 해서 마중 나간 그 마음. 떠나가던 아쉬움 그 순간의 우리의 마음도. 토닥토닥 서로 어깨를 두드려주는 어제와 그저께와 오래 전 모든, 그 모든 순간들. 나를 너무도 소중히 여겨주는 당신. 8월 여름부터 나와 너의 손에서 피어난 수 많은 소리들. 나를 있게 해준 어떠한 그 모든 것들. 이 순간 나와 함께하는 그대와 나를 공중에 날게 하는 아름다운 음악. 내가 꿈꾸는 오늘 밤의 꿈과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워질 수 있는 아직 찾지 않은 내 소리들. 잡음. 소음. 어쩌면 굉음. 마음. 다음. 모든 소리. 우주와 나. 나와 당신. 당신과 우리. 나. 우리에게 내려와줘서 너무도 고맙다, 아름다운 흰 빛너무 고마운 나머지 나는 가볍게 커피 한 잔을 마시려 들어가던 가게에 들어가 장난스럽게도 맥주를 한 캔 사버렸다. (사실 한 캔 뿐은 아니었지만) 가게 앞에서 함께 눈을 보며 웃어제끼고 설레하는 세 명과 한 캔을 거의 다 비우고 눈을 맞으며 들어왔고 순백 추락이 멈춘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손을 떨며 글을 쓴다. 그래. 찬란한 흰 빛은 순간이어야 보다 찬란하고 아름답지. 올해 겨울 동안은 눈이 참 많이도 와 줄 예정인가 보다. 아쉽지 않게 아름다움을 겪게 해줄 눈. 시인은 비가 오면 뼈와 마음이 젖는다 들었다. 나는 절대 시인은 되지 못할 테고 나지막하게 말을 할 뿐일 테니, 나에게는 앞으로 내가 지닐 수많은 모습들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뚜렷하게 아름다운 눈이 내리면 심장과 머릿속에 가득 눈이 내려앉길 바란다. 읽고 있을까. 너도 이 눈을 보았었겠지. 그래서 나에게 꾸밈없이 소중함이 떠오른 글자락 하나를 보냈으니. 탐스러운 새벽밤이다. 이 글을 품는 우리 모두에게 찬란한 백색이 닿기를. 내 소리와 내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 찬란한 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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