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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꼬리가 뺨에 닿는 계절이다. 두 언어를 모아 기록으로 향하도록 짓는 일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묶은 날들 중 을지로는 오래간만이다. 해가 지는 과정을 오감으로 바라보는 날은 그보다 오랜만이지. 소리는 압도하는 법을 안다. 그 무거움을 바라보며 드는 경외감이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는 초봄의 녘은 넋을 잃게 만들지.
각이 진 인간으로 남고 싶다 생각하며 지냈는데 일요일 창가의 바람과 차를 바라보고 있을 줄 몰랐네. 종종 주변의 소음에서도 뭉툭한 연필같이 따스한 소리는 오히려 명확히 닿는다. 7:22, 놓친 시간은 아쉽지만 슬프진 않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많이 쉽지 않다는 걸 애초에도 알고 있었다. 내게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당연히 많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고, 여전히 나는 말하고 난 후 왠지 모르게 먹먹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침부터 이야기를 마치고 잠깐 숨을 돌린 후에 오후 레슨을 마치고 나니 나는 참 여전히 바보같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것들은 너무나 난잡해서일까, 설명하고 나면 그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싶은 마음만 여전히 든다. 왜인지 모르게 허기가 지지만 지금 당장은 금전을 그렇게 사용하면 후회할것만 같아서 미지근한 생수만 마신다. 나는 퇴적하고 있고, 낭비하고 있으며, 나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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