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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th/type

당연한 사실. 보편적이지만 개인적인.

그래.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누군가 떠나면 새로운 사람이 찾아온다. 그게 누구던.’ 이라는 뻔하디 뻔한 반복되는 같은 말.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맞다고 말해서 그게 진리가 된다는 그 과정이 마음에 들진 않는다. 우리 집이 이사 오기 전, 어릴 적의 내 집에는 가훈이라고 불리우는 한지에 글씨를 적어놓은 큼지막한 것이 있었다. 어린 나에게 그것은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서 두려운 사람들이 마음 속의 있는 것을 꺼내어 물건으로 표현해 낸 것’ 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큰 의미는 두지 않고, (조금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을 보이게 해서 조금 더 가까이 두고 많은 감각으로 느끼고 싶어서 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튼, 그 것에는 그런 말이 적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면 길이 된다.’ 라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길은 아무도 걷지 않은 자갈길과 눈이 가득 쌓인 산길을 스스로 혼자 아프게 묵묵히 걸어가서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뒷사람을 위한 깃발을 꽃는 것이 길의 시작이다. 가끔 그렇지 않은가.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말들을 부정하며 '그렇지 않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하지만, 어느 순간 그 중 하나에 갈고리에 걸려, (혹은 톱니가 딱 맞아 떨어져버리고 말아서) 스스로에게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말하며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숨기고 치부를 감출 때 느끼는 그 기분. 그런 적이 없는 사람보다 나는 있었던 사람을 사랑한다. 나는 충분히 있었고, 아니 사실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에.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아직 많이 자란 나무는 아니지만 이 정도의 가장 (감히 표현하자면) 기본적인 정설은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나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 뿐만이 아니다. 시간도, 일도, 무엇도, 그리고 숫자도. 그리고 지금 당장 오늘은 숫자가 내 마음에 너무도 와닿는다. 많은 일을 시작했고, 많은 일을 끝마친 일 년이었다. 완벽하진 못했어도, 충분히 완성한 멋진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난 나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기만 하고 싶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기존의 나를 다듬는 과정’ 을 시작했고, 당당히 성공했다. 새로운 것을 시도했고, 기존의 것을 파괴하고 붕괴시켰다. 나는. 난 적어도 나에게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새로 고쳤다. 그 것 또한 숫자였다. 100에서 68로. 32. 나에게 너무나도 고맙다.  나의 지난 몇 년 동안의 가장 중요한 자기혐오의 이유를 스스로 가장 완벽한 이유로 이겨냈다. 이 것은 앞으로의 내 살아감에 있어서 너무나도 크게 다가올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나에게 아직까지 가장 소중한 것은 소리의 앎이다. 소리에 대해서 말을 꺼내자면, 재즈 공부를 깊게 시작했다. (난 내가 음악을 시작할 적, 내가 재즈가 좋아 재즈를 깊게 시작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사실 올해 일월 일일 까지도. 부끄럽게도 그 때에는 보드카를 엄청나게 먹고 기절했었다.) 자유로움과 풍부함, 다채로움에 매력을 느꼈고 그 속의 절제미와 무엇보다도 모노톤이 잘 어울리는 그 색채가 너무도 좋았다. 아직은 너무 모르지만, '아직'은 너무 모르지만. 더 알아갈 생각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 처럼, 새로운 것을 넣어가는 과정은 마치 장바구니에 내가 담고싶은 물건을 담는것과 같이, 그리고 내가 원하던 물건이 내 앞에 있는 것 처럼 설레고 두렵고 멋지다. 그리고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전자음악 공부 또한 다시 시작한다. 일반적인 전자음악보다 훨씬 더 깊고 아름다운 바다가 존재했다. 모르던 내가 안타깝고 부끄러울 따름.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의 부분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구상하고 있는 음악에서 전자적인 것은 빼 놓을 수가 없다. 당연하면서 독특한 것을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놓쳐버린다. 난 그 하나하나의 작은 꽃들을 전부 소중히 간직하고 사진으로 남길 생각이다. 그리고 다음 년도에는 다시 레슨을 받을 예정이고, 아코디언과 국악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하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아는 사람은 알 테다. 난 여전히 배워갈 것이고, 나아갈 것이다. 달라질 테다. 나에게 새로운 것을 추가하기에 지금 있는 나는 나의 마음에 들지 않고 완벽하지 못하다. 나를 바꾼 후에 조금 더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과 자랑스러워 하는 방법을 배운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 성장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거다. 오늘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을 거다. 좋은 와인과 맛있는 음식. 좋은 비싼 술과 맛있는 맥주. 좋은 사람들. 좋은 음악. 좋은 순간들이 되길 기원한다. 그 누군가의 그 음악처럼, 그 제목처럼. 사그라지는 순간들은 영원하다. 멋진 마지막과 시작의 순간이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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