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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락된 자음

eeajik 2017. 12. 16. 11:52

집에서 나오는 길 감나무에서 작은 감이 떨어져 있었다. 곧 다른 감 들도 떨어지지 않을까, 혹시라도 감에 맞은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그게 내가 되지 않을까. 조그만 떫은 감. 엘리베이터와 집 현관의 냄새에서 혐오감이 든다. 엘리베이터 속 엔 수 많은 고기들이 들락거릴 테니까. 그 고기를 먹은 어떤 사람들의 냄새도 들어 차 있지만 바람은 불지 않는다. 온도 변화에 너무 민감한 일이 지친다. 에어컨을 켰다가 끄고, 문을 열고 닫고, 하루에 몇 번이나 같은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지쳐간다. 오른쪽 귀에서 심장 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린다. 뛰는게 들릴 정도로. 둥둥대는 소리에 정신을 멍하니 두고 있으면 가슴이 저릿하다. 향을 가득 피운 방의 향기를 몸에 가두고 싶다. 누군가는 지구 반대편에 가 새로운 웃음과 새로운 무언가를 쟁취한다. 나는 방 속에 갇혀 구름을 보는 게 더 즐거워졌을까. 가끔은 물고기로 태어나고 싶었다. 고래 같은 멋진 물고기가 아닌, 그냥 누군가의 연못 속 잉어 같은 물고기. 돈이 많은 것과 별개로 나는 쭈그려 울었다. 자음을 발음하기 지치고 입이 너무 아프다. 모음만 말 하게 된다. 나는 이응이 좋다. 자음 없는 발음 이지만, 자음이 없지는 않고 묵묵히 있다는 핑계를 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핑계를 댄다. 저열한 주제에. 백합과 국화가 들어 찬 산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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