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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십팔일

eeajik 2024. 12. 18. 23:17

기시감. 오늘은 어떤 날이었던 듯 한데, 도저히 무슨 날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J의 생일이었나, 싶은 마음에 카카오톡을 들어가보니 이미 이틀이 지나있더라. 차마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미안함. 오랜만에 메세지가 온 S에게 멋적게 답장을 적고 나니 이만치 시간이 십이월이다. 이렇게 시간을 지표 없이 지내오는 삶에 어쩌면 날짜는 부쩍 내게 큰 의미로 와닿게 되었네. 아무런 날도 아니라는 사실을 2021년 사진첩까지 돌아보며 알았다. 단지, 1218이라는 어떤 숫자에 내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멍청한 기억력과 유약한 마음은 여실히 달라지지 않을 뿐이다. 

 

해촉증명서 3장, 주민등록 초본과 등본, 사업자소득 관련 서류. 보증금 인하 문제는 임대인의 의사로 인해 추가 해결이 불가능하고, 이대로 진행하여 HUG가 실패하거나 금리 높은 대출을 진행해야한다. 어떤 방향이던, 나는 최악을 생각할 수 밖에 없어 조금 더 애가 타고 마음이 아파질 뿐이다. 

 

식욕이 없다. 아니, 욕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사라져간다. 사람의 육체와 존재가 마음에 비례하는 투명도를 지녔다면 어땠을까. 자그락거리며 웃을 수 있을까. 

 

글을 이만큼 적고 저장하려 하자마자 문득 생각이 났다. 오늘 음운론을 발매했던 날이구나.

나 스스로와 곡에게 너무나도 미안할 따름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날일텐데, 나라도 기억해주어야 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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