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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꿈의 그림

eeajik 2017. 12. 15. 15:35

난생 처음이었다. ‘그림을 그려야지’ 라는 마음으로 파렛트를 열고 붓을 들었다. 손에 묻어나는 탓에 집지 않았던 파스텔을 집었다. 큰 하이얀 전지에 수채화 물감과 파스텔, 그리고 나와 선영이의 손과 내가 항상 끼고 다니는 반지, 생각, 잘라붙인 종이, 한 획 등으로 그림을 그렸다. 나는 이 그림을 평생 기억할테지. 잊지 못할 거다. 처음 음악으로 작업을 시작하던 4월 16일을 나는 아직 간직한다. 같이 노래를 시작하자고 말한 지는 거나하게 오래 되었고, 곡을 같이 이야기하고 모든 사소함에 웃고 울던 것이 이 만큼이나 오래 되었지만, 이름을 붙이고 앨범 제목부터 짓던 날, 그리고 처음 바늘에 실을 끼우듯이 노래를 하나하나 짓다 보니 밤이 늦고 우리는 그날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은 그 충분한 오후 열 시를 기억한다. 두 꿈의 앨범자켓은 왠지 모르지만 내 손으로 그려내고 싶었었고, 선영이도 그렇게 생각했었기에 바닥에 앉아서 그림을 그렸다. 조각을 이어붙이는 우리. 선영이가 가져온 충분히 빛나는 보석의 원석, 그 자체의 아름다운 부분을 찾아내고 조각하여 다듬어진 무언가를 소리로 재구축하는 나. 이 그림에는 우리의 작업 방식과 생각, 탐구해온 슬픔과 부유하는 감정이 담겨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나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림을 보는 것도, 그리는 것도 좋아하며, 다양하게 표현해내는 예술의 궁극적인 바탕의 의미를 존경하기에 그림을 언젠가는 그려내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첫 그림이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 중 하나인 아이와 함께 그려낸 소리들의 문 앞에 걸쳐 있다는 것에 대해 평생 행복할 테다. 프로듀싱부터 믹싱/마스터링까지 처음 잡은 앨범입니다. 모든 사람의 가슴에 각인되지 않더라도 몇 사람의 가슴에 총총 간직되게 그렸다고 자부해요. 곧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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