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숨의 궤적을 몰아쉬며 매일 검푸른 밤을 보낸다. 어떻게 걸어왔는지도 모를 서툴고 더딘 걸음의 종착지는 사실 첫 지점 그대로였다. 나는 여전히 밖과 안에서 소리만을 찾고, 무형을 기록하기 위해 펜을 들고, 감싸안기 위해 수많은 나를 버린다. 인간의 손은 고작 두 개 뿐이고, 품은 좁기에 매번 심장 언저리는 아파진다. 우리는 단지 계속 양 옆으로 걸음을 옮길 뿐이라는 누군가의 담론처럼 내가 원하는, 아니 어쩌면 원하지 않는 모습조차 첫 장소 그대로에 있었다. 그리운 것은 장소가 아닌 시간, 움직임은 모두가 아닌 내 스스로. 위 혹은 아래라 칭하는 여타의 방향일지도 모른다. 내가 소비하고, 낭비하던 것들.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과 싫어하는 내 모습은 항상 균형감 따위 없이 곡선으로 유지된다. 묵묵함이 능숙..
나는 왜 그 당시의 기억들이 왜 전혀 떠오르지 않을까, 나는 그 때의 나를 왜 내 기억에서 전부 들어내 지웠을까. 늘 그랬다. 안 그래도 많지 않은 과거의 기억을 나는 내 손으로 부수고 지우고 나를 몰아세운다. 그게 내가 아는 유일한 나를 다루는 방법이니까. 내가 나를 극도로 아프게 하고 다치게 해야 나는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이룰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내 주변은 나를 떠나거나 포기한다. 몇 년 만에서야 한 번 만날 수 있다고 대답하는 나라서. 내가 바라고 원하는 일을 내 스스로 이루지 못하면 괜시리 다른 곳에서 무언가 바라고 부러움을 찾게 되는 우스운 상황이 오지.
모두가 명확히 한 사람 몫을 해야 하는 이 세상에서 나는 어디쯤 겪고 있을까. 나는 두루 잃어가는 일에만 익숙한 마치 낡은 책장같은 사람. 며칠 전, 잠긴 문을 누군가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오길래 놀라서 깼더니 할머니가 웃으며 바라보셨다. 바로 꿈을 깨고 떠올려보니 곧 기일이구나. 어제는 덧없이 길가에서 쓰러진 이를 보았다. 작업실 오는 길 항상 지나쳐오는 흡연 구역, 흔치 않게 다수의 사람이 모여있어 무언 일인가 보았더니 나와 그리 나이 차이가 보이지 않는 이가 초점 잃은 눈으로 덩그러니 쓰러져있었다. 낡은 구두가 벗겨진 채, 주변에서는 급히 파란 빛 셔츠를 젖히며 고개를 위로 들게 하여 웅성이면서 급히 어딘가에 모두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 왠지 모르게 숨을 삼켰다. 왜인지 모르게 침..
나는 왜 이리도, 그리도 소중한 것들을 지금 오늘까지.
왜 발매해도 별로 안 기쁘지
떠나는 이와 남겨진 이는 서로를 명확히 당연스레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어쩔 수 밖에 없고, 가혹함은 언제나 한 쪽에게 더욱이 치닿는다. 종종 어떤 결정은 모두가 의미를 알 수는 없겠지. 그럼에도 구김살이 많은 건 언제나 속상하다. 나는 왜 직설적임을 두려워할까, 가끔은 그게 가장 먼저여야 하는 세계인데. 행복이라는 단어는 마주할 때 마다 눈물이 난다. 앞으로도 그렇겠지. 다만 언제일지 모를 포근한 겨울을 향해 매일 음악을 짓고 들으며 글을 적고 사진을 남긴다. 꼭 긴 글이 아니더라도 우린 알 수 있으니까. 종종 짧은 문장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런 존재는 내게 그토록 음악과도 같은 존재이다. 다녀올게, 너도 잘 다녀와.
며칠 전, 세계를 스스로 거부한 친구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공교롭게도 나는 오래 전 부터 알아온 다른 친구를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열 아홉이 지나 막힘없이 어디에서나 술을 마실 수 있던 그 때, 그 친구를 처음 알았다. 그럴듯한 유명 예술 대학 어디에도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던 나는 반쯤 포기한 채 혼자서 다시금 홀로 방에서 음악을 짓고 있었고, 그러던 중 주변의 소식으로 어쩌다보니 충정로에 위치한 학위 인정 전문 학교를 알게 되었다. 정시가 남아있었지만 언어를 제외한 수능 점수와 내신, 출석 상황이 좋지 않던 나는 기대를 않을 수 밖에 없었고, 그래도 배울 것이 있겠지 싶은 마음으로 원서를 넣었다. 당시는 지금보다 학위 등 타이틀에 더욱 예민하던 시기였고, 당연히 학위 인정 학교는 좋은 눈길을 받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