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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th/diary

십일월 오일

다시금 빵 오디션을 보았다. 15년도에 체온으로 오디션을 본 이후, 약 8년만에 마주한 빵의 무대를 바라보자니 묘한 익숙함과 이질감을 동시에 느꼈다. 분명 그 때와 지금의 내가 이만큼 달라진거겠지싶은 마음으로 서류를 적고, 순서가 되어 두 곡을 마치고 내려왔다.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지인 덕분에 보다 좋은 분위기로 쾌적하게 오디션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목 끝과 마음이 쓰렸다. 나는 여전히 이 길목에 갇혀 있구나, 흐르지 못한 채 퇴적되어가며 돌아갈 곳 없이 이 곳만을 회전하고 있구나. 익숙한 이름들이 많아진 빵 일정표를 받고 나서 가만히 고민해보니 지금 내야 할 일들이 눈 앞에 보였다. [그만하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담고 지낸 근래, 나는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게 아닐까. 맞다, 사실 같은 말이지. 이렇게 하는 것을 [그만하고] 무언가를 [시도하자]. 끝과 시작은 맞닿은 것이니까. 새로움은 익숙함을 버릴 때만 찾아온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 몇 년 전의 그 처음의 과정을 다시 시작해도 이젠 무언가 달라졌을거다. 

 

간결한 트리오나 쿼텟 셋으로 주 1회는 데모나 모티브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속도로는 너무 늦고 무대가 지루할 거다. 1년 반 휴식기를 가진데다 그 동안 버린 곡이 2곡이나 있다고 해도, 문득 생각해보니 7곡 뿐이라는 현황은 다소 애매하다 싶었다. 다른 팀들의 서류 속 곡의 숫자들이 참 마음이 쓰이고, 기다려준 두 사람에게 조금 많이 미안했다. 내가 어딘가를 다녀오는 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켜주었으니 이번엔 내가 해야한다. 플레이백을 조금 고민해보자. 적어도 공연의 인트로와 아웃트로 정도는. 다시는 혼자 초안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만 멤버의 동의가 있다면 조금은 방향이 다르겠지. 내가 어떻게 지어도 똑같이 연주하지 않을 사람들이니 괜찮다는 안도감이 드네. 나는 아이디어와 방향를 건넬 뿐이다. 11월 말엔 앰프 시뮬과 드럼 가상악기를 다시 구매하자. 

 

지친다. 무엇보다 안도감이란 것이 없는 나날들이 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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