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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글자와 언어를 아끼고 사랑하는 편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같은 이런 진부한 표현 때문이 아니라, 한 인간이 상대방과 보다 다른 식의 전달과 획득을 원하기 위해 고민 끝에 (또는 순간의 직관적인 판단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모든 언어를 존중하고, 비언어 (이 말이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 말을 좋아한다.) 또한 좋아한다. 생각을 하던 중 이 비언어라는 말 안에는 말 그대로 언어가 아닌 '무(無)언어’ 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행동 하나와 눈빛까지, 소리 하나까지 모든 것이 언어라고 생각이 든 이후로는 섣부르게 쓸 수 없게 되었다,는 잡소리 문장을 여기에 끼워넣어본다. 넣는다. 그렇지만 한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이름이 한자인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내가 웬만하면 다 예쁘다고 해주고 좋아하는 타투도 한자로 한 사람을 보면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한자의 뻣뻣하고 당연스러운 모양새도, 한 글자로 표현해버릴려고 꾸역꾸역 넣은 획이 많은 느낌도, 한 글자로 떨어지는 칼같은 카리스마도 도저히 좋아하지 못하겠다.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사람과의 만남이 그립다. 새로운 사람과 어정쩡하게 어기적어기적 대화를 나누고, 어색하고 멋적게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대화를 나누고 싶다. 술 한잔이라면 더 좋고, 그 날 보고 만나지 않는 사람도 괜찮고,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다른 먼 곳의 나라의 멋진 사람도 좋고, 나와 전혀 다른, 혹은 나와 많이 비슷한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많지 않은 시간이라도 괜찮고, 첫 인상과 끝 인상에 나를 안좋게 보고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고 상처를 주어도 괜찮으니 '당신과 사소하리만치 조그만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라는 말을 하고 있는 거다. 모르는 누군가에게 노래하고 싶다. 함께 영화를 보고, 함께 길을 걷고 싶고. 함께 휙 여행을 떠나버리고 싶다. 함께 말을 하지 않고 빤히 바라보고 싶고, 함께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싶다. 한 방에서 각자 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싶고, 함께 같은 주제로 울고 웃고 화를 내어보고 싶다. 그냥 그렇다. 아무 상관 없는 한자 이야기에서 다른 곳에 서 있는 말인 외로움을 말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어쩌면 조금 많이 부자연스럽고 갑작스럽다고 생각이 들 지도 모른다. 한자를 부정적으로 말하다 내 개인적인 외로움을 말한 이유를 말하자면 사실. 나는 아무 상관 없는 두 단어에서도 솔직한 나의 외로움을 갑작스레 말할 때 별로 개의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리고 그만큼 요즈음의 나는 많이 외롭다고 솔직하게 당신에게 말을 건네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외로움이 가슴 깊이 녹아있다고. 내가 아무 상관 없는 척 해도 미처 다 마르지 않은 어제 쓴 수건처럼 꾹 누르면 비어져나온다고. 아무 상관없는 말에서 다른 말을 꺼내듯, 내 마음 속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라는 놈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뜬금없이 튀어나와 가슴을 자른다. 가슴을 돌려 다른 생각을 하려 해도 갑자기 튀어나오는 함정처럼 나의 숨겨둔 솔직한 파란 감정은 피할 수도 없어 구덩이에 빠진 나를 덮쳐오고 야금야금 뜯어먹으려 이빨을 세운다. 나는 지금 많이 외롭고 쓸쓸하며 녹아버릴 것 같이 흐물거린다. 앞으로 한자 이야기를 하면 마음이 아릴 것만 같다. 왠지 이 글을 쓸 때의 나의 감정이 솔직하게 밀려올 것 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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