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어쩌면 '말' 이라는건 내 안의 '나' 라는 커다랗게 옭아진 덩이를 한 올 정성스럽게 풀어내는 동작이 아닐까. 조심스레 풀어내며 '말' 을 섞으면 서로 묶이기도 하며 어우러지기에. 어쩌면 우리가 귀로 듣는 말 소리라는건 단지 숨을 쉴 때 섞여 나오는 소리의 일부 정도의 가치 뿐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내게 말은 오히려 하지 않을 때 가장 완벽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도 있었다. 말을 한다는 건 (대화를 한다는 건) 나를 풀어내고 나를 그 사람에게 선물하는 가혹하고 숭고한 행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서로 공명한다. 공명하고 교환한다. 아직 우리는 하나의 방법밖에 사용하고 있는 걸 지도 몰라. 그 사람을 알기 위해 그 사람을 해치는 방법. 서로가 다를 수 있기에 침묵할 수 있고 공명할 수 있고 맞물릴 수 있다. 가능성이란 건 가혹하다. 나를 풀어내다 보면 나도 말할 수 없는 내가 나타나지고 그것은 감히 말과 언어로 담을 수가 없는 순간이 올 때, 그 깊이 혹은 크기에 놀라지만 이내 경외할 수 밖엔 없었다. 눈에 안보이는 감정을 눈에 보이는 것에 난도질했다는 친구의 말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mouth > ty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희경 - 어떤 시절 (0) | 2018.08.06 |
---|---|
독살 (0) | 2018.07.24 |
솔직함 (0) | 2018.07.24 |
13년 5월에 쓴 글 (0) | 2018.07.23 |
오이지 (0) | 2018.07.20 |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