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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 해내는 것들을 잘 해내는 걸 보며 부러워하는 것과, 내가 잘 해내는 것들을 더 잘 해내는 걸 보며 부러워하는 것. 혹은 내가 잘 해내던 것들을 그보다 덜 해내지만 축복받는 것. 세 가지 중 어떤 모습이 내 오롯 부러움의 퇴적물일까. 나는 언제나 뒤꽁무니에서 멍하니 잃어온 걸 바라보며 씁쓸히 웃는 사람. 따스한 축사와는 거리가 먼, 평안과는 그보다 두 걸음 먼, 외려 바람 부는 고원을 찾고 싶은 마음.
다들 어디서 어떻게 돈을 벌고 모아 취미를 가지며 음악 작업까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걸까. 내가 너무 게으른 탓일까, 내가 무언가 모자란걸까.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와 트위터 타임라인을 볼 때 마다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은 불어나지만 정작 나는 좁은 매장에서 좋아하는 앨범을 종일 틀고 유리와 바닥을 반복해서 닦는 일 외엔 할 수 없다. 오랜만에 마음에 든 좋아하는 것을 사기 전까지 항상 몇 달을 고민하다 포기하고, 다시 몇 달을 고민하다 포기하다 찾는 이가 거의 없을 때 쯤이나 자금을 모아 간신히 구매해서 혼자서만 만족하고. 비참하다 못해 언제부턴가 우스워서 컨버스를 오랜만에 산 날도 계속 끌끌 헛웃음이 났다. 고작 이 정도의 마음을 위해 나는 몇 달을 고민했던걸까. 언제부턴가 웃음이 힘들다, 농담을 마치면 입꼬리가 아프다. 속상하다. 마음 없는 긴 잠을 이틀만 지내고 싶다. 내 잠의 소리가 듣고 싶다. 그러면 무언가 달라질까? 아닐거야. 그래도 그러고 싶은걸. 꼭 이유가 필요한건 아니잖아. 여기서까지 사유를 찾을 필요는 없잖아요.
웃다 우는 일이 너무 잦다. 눈과 입은 웃는데 눈물은 주륵 흐른다. 이게 뭔가 싶을 정도의 처참한 기분이 들 때면 서둘러 목욕을 한다. 가장 빛날 수 있던 모든 때를 놓쳐버린 기분을 떨쳐낼 수 없다. 입가와 눈가엔 주름이 늘고, 몸은 더 마른 채 틀어진 채 머릿결은 푸석하다.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비웃음을 살 만한 외모를 이제는 인정하고 지낸다. 아름다운 질감의 옷과 진한 화장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이제는 틀렸다. 올 봄에는 되도록 큰 검정 무지 티와 팬츠만을 입고 지낼 예정이다.
항상 이맘 때는 이 따위 기분이지. 이렇게 처참하고 모든 말에 아프게 상처받지. 목소리 한 올에도 폐 밑이 아프고 눈빛 하나에도 차가워지지. 적어도 시월에는 이 공간에서 나와야하고, 갚아야 할 빚은 왜 쉬이 사라지지 않을까.
새로운 데모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악기는 명확히 넷, 짧은 선율의 목소리 하나, 그 외엔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어쩌면 솔직한 감정의 소리는 늘 그것으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