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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th/diary

시월 육일

뒤켠에 서서 먼저 지목받지 못한 채 어떻게던 기회를 얻기 위해 혼자 발악하며 사는 삶도 지겹고 지친다. 요즈음은 요통이 심하다. 공연을 한 번 마치고 내려오면 허리 뒷편이 아프고 발이 지친다. 내 마음의 허리와 발도 그렇게 지친걸까, 근래에는 기절하듯 잠에 들며 하루를 어찌 보낸건지 기억도잘 나지 않는다. 있죠, 삶은 보통 이상하리만치 무언가 하나 없어져도 어느 순간 잊혀지는 듯 해요. 언제나 나는 내게 먼저 손 내미는 이가 많지 않기에 내 스스로 무언가를 어떻게던 잡아채려 노력하며 살아온 듯 한데, 그 탓인지 중독적이다 싶게 일을 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며 여유의 생각을 가질 수 없도록 평안을 줄 수도 있는 주변을 지우는 나쁜 습관이 생겼나보다. 그렇게 누군가는 나를 잊고 나는 누군가를 잊으려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들의 발끝도 못 따라가는 사람일테니까. 

 

날이 차다. 몸에 열이 많이 없는 탓에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써는 여전히 이맘때면 조금 두꺼워진 이불을 찾는다. 다 낡아서 해지고 색이 빠진 이불이지만, 나는 이 이불을 좋아하고 아끼게 되네. 낡고 해지면 보통 바로 정리하는 내게 침대와 이불은 유일하게 오래 된 낡은 내 물건이다. 좋아하지만 밖에 나설 때는 사용하지 않는 향수를 조금 뿌려둔 채 잠이 든다. 커피를 마시지 않고, 에너지 드링크는 너무 달지 않은 제품을 마신다. 혼자 종종 술을 마시고, 하루종일 노란색 메신저를 보지 않는 날도 종종 있다. 

 

저변에 서있는 기분이다. 혼자 해내기는 지치는 일들. 오늘 마지막 일요일 근무다. 다음주 이 시간엔 클럽빵에서 무언가를 엮고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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