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염과 후두염, 심한 역류성 식도염과 신경성 위염, 위경련. 종종 찾아오는 기흉. 오늘 병원에서 제법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눈 꼭 감고 결제하여 많은 약과 긴 수액 주사를 맞았다. 몸이 버틸 수 없게 아프다고 자각하며 산 적이 많지 않았는데, 오늘 눈을 뜨고 문득 [이제는 이렇게 나를 아프게 놓아두면 안되겠다]라고 생각했다. 매번 나는 미래에 대한 계획 준비 단계에 내 건강이 가장 뒤에 있었고, 당장의 어떤 이룸과 성과를 위해서라면 내 건강에 관한 모든 것들을 먼저 포기했었다. 여전히 양쪽 어금니는 비어있고, 이관 개방증은 종종 심하며, 심각한 수전증과 수족냉증은 나 자신도 점차 심하다 자각하고 있다. 누군가 옆에 있던, 않던. 나는 단지 내 건강은 '다른 이가 엮이지 않은 온..
호의란 건 무엇이고, 수용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호의가 담긴 선물 혹은 마음을 주고받는 것에 익숙치 않던 나는 일전에는 미숙한 어린 마음에 부끄럽지만 오히려 거절하고, 한 걸음 멀어지는 방법을 택했었다. 내 생일 등의 기념일을 숨기는 일에 익숙해지고, 오히려 혼자 보내는 매일에 대해 익숙한 방법을 찾아가는 편이었다. 몇 년 전 쯤 부터 감사한 마음 덕분에 마냥 호의와 선물을 거절하는 것 보다는 더 좋은 방법이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선물하는 법이란 사실을 배웠고, 마음도 동시에 그렇게 선물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어쩌면 사실 이전에는 물질적인 선물보다 오히려 마음이 더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었던 듯 하다. 마음의 무게는 내게 정말 무거운 편이기에 상대방이 그 모든 것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
레슨 시작 전 혹은 위스키 마실 때 틀어두는 편 ..
먼저 잘라내어 잃고 애써 잊으려 노력한다, 가능한 곁만을 지속한다. 단 두 가지의 선택폭으로만 지내온 편이다. 이 또한 균일하지 않은 유년 탓에 뒤틀린 결핍의 일부일까. 작업 때 약간의 문제라도 있는 소스라면 바로 다시 녹음하는 습관도 같은 사유가 있을까. 언제나 중간 지점을 찾는 내가 유일하게 극단적인 부분이구나 싶다. 근래에는 어쩌면 내가 어떤 결핍을 나 스스로도 모른 채, 혹은 모르는 척 지내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그렇게나 곁을 두지 않고 밀어내면서, 정작 몸이 지치고 마음이 닳아 가끔 술에 취하면 울며 이름을 부르는 내 모습을 나는 기억하니까. 차라리 취중의 기억이 나지 않으면 좋을텐데, 이상한 습관이지만 여전히 취기 섞인 기억을 나는 쉽게 잊지 못한다. 매일 손이 차가워지고,..
뒤켠에 서서 먼저 지목받지 못한 채 어떻게던 기회를 얻기 위해 혼자 발악하며 사는 삶도 지겹고 지친다. 요즈음은 요통이 심하다. 공연을 한 번 마치고 내려오면 허리 뒷편이 아프고 발이 지친다. 내 마음의 허리와 발도 그렇게 지친걸까, 근래에는 기절하듯 잠에 들며 하루를 어찌 보낸건지 기억도잘 나지 않는다. 있죠, 삶은 보통 이상하리만치 무언가 하나 없어져도 어느 순간 잊혀지는 듯 해요. 언제나 나는 내게 먼저 손 내미는 이가 많지 않기에 내 스스로 무언가를 어떻게던 잡아채려 노력하며 살아온 듯 한데, 그 탓인지 중독적이다 싶게 일을 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며 여유의 생각을 가질 수 없도록 평안을 줄 수도 있는 주변을 지우는 나쁜 습관이 생겼나보다. 그렇게 누군가는 나를 잊고 나는 누군가를 잊으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