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고 길지도 않았던 준비가 한순간에 망가지고 틀어졌다. 난 아직도 사람들 앞에서 시선이 집중된 채 달리기나 운동을 한다는 사실이 무섭다. 그래서 생긴 공포감이 나를 엄청나게 엄습했고 곧 다리까지 후들거렸다. 이 감정을 아는 사람이 한 명은 있을테다. 모든 아이들은 약자를 겨누니까. 내가 뚱뚱했을때 아이들은 날 보고 돼지가 뛰어다닌다고, 뛸 순 있겠냐고 비웃었다. 달리기를 하면 내가 뛰는 모습을 보며 비웃고 놀렸다. 오늘 시험을 보는 내내 그 기억들이 많이 생각이 났다. 기분이 나빠졌다, 점점. 첫 번째 뛰었는데 파울이라고 했을때 꿈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준비했던 2주일이 꿈같았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힘이 풀려 쓰러질 것 같았다. 무서웠다. 뒤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보며 비웃는 듯 했다. 저 새끼 ..
내 방을 와 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 방 창문 옆. 피아노 앞에는 큰 책장이 있다. 하지만 말이 책장이지, 책을 꽃는 것은 정작 위에 내가 올려다보는 윗칸 뿐. 책은 사람이 올려다봐야 한다는 생각에 책장 아래쪽은 안쓰는 종이들과 박스 등으로 채우는 편이다. 그 안쓰는 아래 3칸 중 3번째 책장 위에 초를 올려다놓고 켜 두는 편인데, 방금 전 작은 소리가 들려서 보니, 촛농이 넘쳐서 흘러 바닥까지 떨어지는 소리였다. 이미 쏟아졌으니 돌이킬 수도, 어떻게 할 순 없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다 보니 이곳 저곳 튀어서 다 흉터를 남기고. 딱딱하게 굳을 때 까지 기다렸다가 칼로 하나하나 자국을 뜯어냈는데도, 그래도, 하얀 책장에 붉은 촛농은 뚜렷하게, 혹은 흐릿하게 남아있다. 하나하나 전부 뜯어내려다가 갑자기 그런..
‘외롭다’ 라는 말은 1차원적으로 떠오르는 이성적인 면만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