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글자와 언어를 아끼고 사랑하는 편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같은 이런 진부한 표현 때문이 아니라, 한 인간이 상대방과 보다 다른 식의 전달과 획득을 원하기 위해 고민 끝에 (또는 순간의 직관적인 판단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모든 언어를 존중하고, 비언어 (이 말이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 말을 좋아한다.) 또한 좋아한다. 생각을 하던 중 이 비언어라는 말 안에는 말 그대로 언어가 아닌 '무(無)언어’ 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행동 하나와 눈빛까지, 소리 하나까지 모든 것이 언어라고 생각이 든 이후로는 섣부르게 쓸 수 없게 되었다,는 잡소리 문장을 여기에 끼워넣어본다. 넣는다. 그렇지만 한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이름이 한자인 것도 마..
아무것도 못한 채 흩날려 떨어지기만 하는 모습만 나를 닮았다. 화가 난다.
밤마다 우울해지면 무언가를 탐하고 싶어진다. 음식이던, 연기던, 술이던, 대화던. 확실한건 소화가 정말 ‘절대’ 되지 않는 기분이다. 음식은 먹고 싶지만 정작 먹으면 자꾸 속에서는 안된다며 거부한다. 내가 좋아했지만 이제는 못 먹는 음식이 많아진다. 국물이 많은 음식은 먹지 못한다. 걸쭉한 음식들 (순대국밥, 감자탕, 해장국 등 모든 해장국 종류. 어지러운데 해장도 못하다니) 치킨이나 튀김류같이 잘 부서지고 입자가 고운 음식, 유제품 (심지어 라떼까지), 밀가루 음식. 면류, 회 등. 심지어 가장 기본적인 쌀도 소화조차 힘들다. 더 말하자니 비참하다. 나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다. 내게 포만감과 먹고 싶던 음식을 먹은 후의 감정은 언제부턴가 불쾌하고 부끄러운 감정만 남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새벽 두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 되었을 때 목이 말랐다. 그렇지만 투명한 생수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 향이 진한 메밀차나 녹차를 마시고 싶었지만 통장 잔고는 부족했고, 현금은 없었다. (사실 배도 고팠었지만 소화가 되지 않을 걸 누구보다 잘 알아서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 우리 집은 추운 편이다. 옷을 더 입고, 챙길 걸 챙겨 아래층 부엌으로 내려갔다. 차라리 차가운 물을 마시면 가라앉을 것 같아서 차가운 얼음물을 한잔 마시고, 다른 컵에 따뜻한 물을 데워 믹스커피에서 커피만 덜어내 커피를 탔다. 차분해져 2층으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소리를 들었다. 내려앉는 소리.정말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눈이 말을 걸었다. 소복소복, 이런 흔한 표현이 아니라. 말 없는 소..
그래.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누군가 떠나면 새로운 사람이 찾아온다. 그게 누구던.’ 이라는 뻔하디 뻔한 반복되는 같은 말.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맞다고 말해서 그게 진리가 된다는 그 과정이 마음에 들진 않는다. 우리 집이 이사 오기 전, 어릴 적의 내 집에는 가훈이라고 불리우는 한지에 글씨를 적어놓은 큼지막한 것이 있었다. 어린 나에게 그것은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서 두려운 사람들이 마음 속의 있는 것을 꺼내어 물건으로 표현해 낸 것’ 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큰 의미는 두지 않고, (조금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을 보이게 해서 조금 더 가까이 두고 많은 감각으로 느끼고 싶어서 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튼, 그 것에는 그런 말이 적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너는 나에게 가끔 화(火)를 낸다. 네가 나를 향해 던져대고, 쏜 火는 대체 나에게 얼만큼의 상처를 줄 지 알고 쏜 건지 너에게 진심으로 울며 물어보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내 마음을 알고 너는 나에게 火를 쏘아대고 있는 걸까. 그렇게 뒤늦게 한마디로 사과하는 게 내 가슴에서 너의 화살(火虄)을 뽑는 행위라고 혹여나 생각하고 있다면, 뽑는 것보다 과연 너가 그 후에 흐르는 피를 닦아주고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더 나아가 한번 더 시위를 당기지 말아보는 생각을 해 보는건 어떨지 조심스레 묻고 싶다. 부탁한다.
아직은 나에게 기념일이란 말은 멀기만 하고 어렵다. 사실 따지자면 반드시 기념되는 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애써 ‘기념이 되기를 바라면서’ 억지로 웃으려고, 즐기고, 마시려고만 하는지 나로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게 피어나는 억지들은 사소한 문제가 비대하게 커지기도 하고, 그 사소한 문제는 무거워지고 깔리기 마련이다. 혼자 보내는 밤과 시간과 특별한 날을 왜 씁쓸하게 보는지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혼자 걷는 사람을 비참하게만 바라본다. 혼자는 혼자일뿐 그 말에는 아무런 의미도 담겨있지 않은 단색일 뿐이다. 24일에서 25일이 지나는 밤, 근처에 봐 두었던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쩌다보니 날은 많이 추웠고 새로 산 마음에 드는 옷을 입었었다. 걸어가면서 길을 잘 찾지 못하..
2013년 7월 22일에 꿨던 너무나도 뚜렷한 묘한 꿈을 이곳에 말해본다. 트위터로 부분부분 써뒀지만, 잘라진 글이 아니라 정확하게 나도 돌이켜서 기억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기 텀블러에 정리해서 쓰겠다. 너무나도 현실적이었어서.꿈에서 깨자마자 ‘사태백악’ 이라는 말이 정확하게 기억이 났고, 그 방법, 꿈의 진행까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명확했기에 섬뜩하기까지 했던 꿈이다. (이 꿈을 제외한 몇가지 독특한 꿈들도 이곳에 꿈일기로 적을 예정이다.) 큼직하고 한 면이 넓은 돌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돌을 조각칼이나 끌로 다듬고 조각해서 감옥의 모습을 음,양각으로 판화처럼 조각한다. (오래 전의 감옥들의 사진을 보면, 크고 넓은 돌벽에 수많은 깊은 굴이 파져있고 그 굴 안이 감옥이며, 감옥의 입구에는 쇠창살로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