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냥갑을 가지고 다닌다. 지포라이터를 사려고 했지만 주변에 지포가 너무도 잘어울리는 멋진 정신변태 한 놈보다 잘 어울리지 않아서 포기했다. 성냥이 떨어지면 넣을 때는 귀찮고, 발화되는 부분을 계속해서 바꿔야 하지만. 성냥은 라이터의 쉽다면 쉽고 가벼운 불빛과는 조금 다르다고 꾹 믿고 약간의 귀찮음을 참아내고 가지고 다닌다. 성냥의 인 향기가 담배의 잔향에 남는 것을 참으로 좋아하고, 예쁜 성냥의 모습이 좋고, 일렬로 서있는 모습이 좋다. 성냥이 다 떨어지면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아쉬움과 체념하는 감정도 좋다. 성냥은 39개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끝을 알고 있어서일까.
일부러일지 모른다. 이렇게 사람을 광장시장 녹두부침개마냥 뒤집었다 말았다 하는 일은. 일부러가 아니라면 내가 억지로 그놈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곧 내가 약하다는 뜻일 테며, 난 그 더럽고 안쓰러운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아무 말 없이 이것이 마치 사실이고 진실인 양 기름칠된 철판 위에서 냅다 뒤집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 며칠간 똑같다. 건반엔 손도 대기 싫고, 기타는 단순한 기본 연습만 한다. 짓는 일은 없다. 친구들은 곡을 쓴다. 감탄이 나올 정도의. 멋진 노래를 하고. 나는 지금 가고일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어 정체되어있다. 명절 고속도로마냥. 연습이 하기 싫은 건 또 아니다. 당장 성장하고 싶은 헛욕심을 채우기 위해 느려터진 거북이 발걸음같은 노력을 하는 것을 평소에도 즐긴다. ..
미칠듯한 두려움, 공포를 느끼었다. 특히 요즈음. 하지만 그 이유를 몰라서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그래서 토닥임을 받지도 못하였고 그것의 대한 명확한 해결방안의 답을 듣지도 못했다. (물론 그런 해답은 없을 것이다.) 12월 29일 즈음 부터 느꼈던 그 공포의 이유를 매일 붙잡고 끝을 잡으려 애쓰다보니 어제만 해도 몰랐던 실마리가 한 가닥 잡혔다. 그 이유는 정말 내가 느끼지 못했었고 느끼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했던 단어였다. 나이. 어림은 돌아보면 좋지만 순간은 뜨겁고 아프다.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 일 년을 보내었다. 탈락의 순간도 느꼈고, 사람들의 부러움도 종종 받았고, 완벽하게 달라진 나를 보며 쾌감을 느꼈고, 건강해지지 않은 몸으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안쓰러움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
난 ‘아무것도’ 에서 '무언가’ 를 만들어내지만, '무언가’ 에서 '아무것도’ 를 만들어 내기도, '무언가’ 에서 '무언가’ 를 만들기 때문이다.내 작은 방이란 이름의 외톨이 섬은 지금 내가 발을 딛고 몸을 묻고 있는 여기 이곳이지만 사실 어쩌면 이곳은 이곳이 아닌 아닌 곳. 나는 '아무것도’ 와 '무언가’ 로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바람이 상당히 차다. 손이 시린건지, 가슴이 시린건지, 머리가 시린건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여전히 오늘도 위는 아프다. 점심에 토하기 위해 억지로 구겨넣은 음식을 다시 전부 뱉어낼 수가 없어서 고통스럽다. 위장에 가득 차 있는 기분나쁜 포만감은 나를 항상 힘들게 하고, 내 오른손은 위산 때문인지 상처가 가득해서 거칠고 트고 따갑고 아프다. 외롭지만 외롭다고 말을 하는 ..
나도 멋지게 살고 싶어요. 그렇지만 그건 사소한 것부터 너무 어렵습니다. 내가 멋지다고 느끼는 마음의 시작과 끝은 내가 나를 멋지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가장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타인이자 나 스스로이기에. 하지만 난 그것을 하지 못한다. 난 매력적이지 않은 외모에 멋진 몸도 가지지 못했고, 잘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인정한 일 또한 없다. 돈을 벌지도 못하며, 그토록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고 있다. 약속부적격자. 전시회가 가고 싶다. ECM은 결국 가지 못했고, 맥긴리는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쉼인지, 배움인지. (혹은 자괴감을 부르는 짓인지) 확실한건 난 방에 나를 가두고 있다. 스팀펑크전도 가고만 싶다. 엄지손가락 꺾이는 부분이 찌르는 듯 아프다. 이유는 모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