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거울을 빤히 몇 초 동안 보는 일을 못하겠다. 무섭다. 내가 지금의 못난 나한테 덤벼 물어뜯을까봐. 소름이 끼친다. 내가.
mouth/type
2017. 12. 15. 15:00
성냥갑
나는 성냥갑을 가지고 다닌다. 지포라이터를 사려고 했지만 주변에 지포가 너무도 잘어울리는 멋진 정신변태 한 놈보다 잘 어울리지 않아서 포기했다. 성냥이 떨어지면 넣을 때는 귀찮고, 발화되는 부분을 계속해서 바꿔야 하지만. 성냥은 라이터의 쉽다면 쉽고 가벼운 불빛과는 조금 다르다고 꾹 믿고 약간의 귀찮음을 참아내고 가지고 다닌다. 성냥의 인 향기가 담배의 잔향에 남는 것을 참으로 좋아하고, 예쁜 성냥의 모습이 좋고, 일렬로 서있는 모습이 좋다. 성냥이 다 떨어지면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아쉬움과 체념하는 감정도 좋다. 성냥은 39개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끝을 알고 있어서일까.
mouth/type
2017. 12. 15.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