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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솜 20140730 오후 일곱시 오십 팔 분 경
樂曲 내가 미처 내 깊숙한 곳에서 피어오른 푸르른 불길을 잡아낼 새도 없이, 난 이미 그 불길에 다가가 손을 대어, 데어 버리고 마는 게 곧 나인 것 같다. 그 불길을 만져 담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일까. 데이고 싶어서 일까. 결국 뜨겁다. 그걸 알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냉동인(冷凍人) 너의 눈길은 새파랗게 얼어붙어 있기만 했다. 그 모습은 마치 몇 달 전 사 두고 잊어버려 버려진 우리 집 냉동실 속 무언가와 같았다.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것도 찾지 않는. 그렇게. 냄새만 가득 풍기며 존재하기'만’ 하는 그 것들과 같이 (화려함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있는 듯 했다. 그게 너에게, 혹은 너와 걷던 나에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는 있는지. 마음이 아리다, 라는 표현 따위로는 부족하다. 아니, 사실은 다른 질감일 지도 모른다. 까슬까슬한 카펫과 보드라운 벨벳은 질감이 다르고 나머지 보이지 않는 몇 무언가들의 집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것처럼. 저 표현과 내가 알고 느끼는 표현은 다른 질감일 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 내가 저 표현을 마음에 차지 않는데도 쓴 이유는 따로 있다. 다른 너무도 정확..
그의 가사 독은 맨 정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술을 잔뜩 먹은 날에도, 도저히 듣기 힘든 곡이다.
폭발1 지금 서울은. 혹여, 어쩌면, 내가 있는 이 곳 만은 그렇다. 비가 모든 걸 부숴버릴 듯이 무섭게도 내린다. : 여름 답게도. 장마 답게도. ~답게도. 게도. 도. (무엇보다도 강한 이유다) 어쩌면. 가정이지만. 오늘 이 새벽 이후로 이렇게 폭발적인 빗소리를 아름답게 들을 수 있는, 부서지듯 뿌옇게 생기는 비안개를 볼 수 있는 날이 아예 없거나, 혹은 극히 적을 것 이라는 이유 모를 걱정과 혼자 내린 결론, 그로 인해 우러나오는 두려움에 건반에서 손을 떼고 기타를 두고 가만히 음악 소리를 줄인 채 창문을 살짝 열어두었다. 그리고 이 지금을 붙잡기 위해 글을 쓴다. 이런 새벽에 깨어 글을 적을 수 있고, 좋아하는 인스턴트 커피를 타서 마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
승리 외로움. 비에 젖는 건 내가 아니라 우리입니다.
어젯밤아 넌 안녕하니? 찬란하지 못한. 모래 든 밥처럼 텁텁하고 맛 없는 이 밤이라도. 아침으로 새며 악기에 손을 댈 수 있어서 나는 참으로 또 다시 행복을 입 안 가득 머금고 흠뻑 젖을 수가 있네.예쁘지 못하더라도 나에게 그득 하여라, 못 생긴 나를 닮아 유쾌하지 못하게 생긴 이 밤아.
범람의 결과 바다같이 비릿한 내음도 아니고, 강물처럼 푸르름도 없으면서. 내게 무슨 자격으로 범람하는지. 내 자신의 이 모든 범람해 터져나오는 생각은 너무도 큰 너의 나에게서 흐른, 내 시체에서 흐른 시쳇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