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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그립다. 참 따스한, 참 좋아하는 까만 옷들을 내 두 손 가드윽 움켜쥔 채 오들오들 떨며. 아무렇게나 나를 안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는. 그냥 용서받을 수 있던, 소름끼치게 하이얀 겨울 생각을 한다. 이 푸른 여름밤, 나는 무엇을 하고 있길래 지나 걸어온 겨울들을 그리워 하며 내일 있을 일들을 생각(만) 하는지 잘 모른다. 모락 뜨거운 차를 마시며 미적지근하지 않아 칼같이 서늘한 책장을 넘길 수 있는. 문 앞에 나가더라도 한 겹 더 겹쳐 입어야 해서 고민하는. 목도리로 눈 아래를 전부 가리고 앞머리를 코까지 가리면 참 따스한. 손이 시리다는, 몸이 시리다는 핑계를 대고 누군가를 (혹은 당신 하나를) 꼭 붙잡고 놓지 않을 수 있는. 잠들 때 우두커니 두꺼운 솜 이불을 잔뜩 껴안아 포근해 질 ..
우리는
하늘길 오랜만에 공항철도로 인천공항에 가고 있다. 내 건너편엔 잘 생겨서 (내 기준에) 너무도 부러운 사람이 홍대에서 타 앉아 꾸벅 꾸벅. 밤 새 놀고 탄 것처럼 다크서클이 꽉 차있고 머리는 약간 헝클어져 있지만 그마저도 참 잘생겼다. 나는 단지 다 마신 코카콜라 캔 처럼 마구 구겨지고 찌그러져 있고 싶어서 내 큰 기타 케이스에 얼굴을 묻고 있다.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다. 자리를 피하다 못해 부수고 싶다. 내 인생에서 다시 못 만난다면 너무도 아프고 아쉬울 사람이 1년만에 외국에서 돌아온다. 만나면 꼭 안아주고 맛있게 담배 피우고 대낮 시간 잠깐 동안 빠르지만 꽉 시간을 채워 술 한잔 할 생각에 밤 새 잠을 자질 못해서 이 순간을 하마터면 늦어버릴 뻔 했다. 오랜만의 공항철도라서 괜히 떠오르는 것 인지, 아니면..
/ 나는 푸른 너에게 찬란한 연둣빛 깃털이 되어 깊은 가슴 가득히 잔뜩 내려앉으리.
그렇지 않길 바라며 그토록 강력히 윽박지르고 화낼 정도로 자신의 의견이 뚜렷하다고 생각했으면 차라리 끝까지 당당해서 옳게 만들어라. 뒤늦게 무안스럽게 웃으며 ‘그렇지? 이해하지? 알지?’ 라고 으레 겁먹어 동의를 구하는 구차한 짓은 하지 말고. 화는 이미 쏘아졌고 이미 맞았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납득할 이유를 주는 것 만으로도 그 사람을 약간 침범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라. 거기에 덤으로 더불어 '화’ 라는 이물질을 쏘아 자국을 남긴 것이니까.
지렁이 지렁이들처럼 굼실굼실 숨어서 나한테 다가온다. 노래를 틀면 노래에 끼어서 다가올 테고, 나를 바라보면 내 뒤에서 꾸물꾸물 기어나오겠지. 개같은 일. 두렵다.
거울 거울을 빤히 몇 초 동안 보는 일을 못하겠다. 무섭다. 내가 지금의 못난 나한테 덤벼 물어뜯을까봐. 소름이 끼친다. 내가.
유언의 노래 내가 죽기 직전에. 그 많은 곡들 중, 마지막까지 내가 사랑한 내 곡을 내 목소리로만 침묵 속에 단조롭게 녹음해서 앨범으로 내고 싶다. 마지막 순간의 내 목소리는 과연 어떤 형태일까. 어떤 온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