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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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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이십사일 나는 왜 그 당시의 기억들이 왜 전혀 떠오르지 않을까, 나는 그 때의 나를 왜 내 기억에서 전부 들어내 지웠을까. 늘 그랬다. 안 그래도 많지 않은 과거의 기억을 나는 내 손으로 부수고 지우고 나를 몰아세운다. 그게 내가 아는 유일한 나를 다루는 방법이니까. 내가 나를 극도로 아프게 하고 다치게 해야 나는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이룰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내 주변은 나를 떠나거나 포기한다. 몇 년 만에서야 한 번 만날 수 있다고 대답하는 나라서. 내가 바라고 원하는 일을 내 스스로 이루지 못하면 괜시리 다른 곳에서 무언가 바라고 부러움을 찾게 되는 우스운 상황이 오지.
팔월 이십삼일 모두가 명확히 한 사람 몫을 해야 하는 이 세상에서 나는 어디쯤 겪고 있을까. 나는 두루 잃어가는 일에만 익숙한 마치 낡은 책장같은 사람. 며칠 전, 잠긴 문을 누군가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오길래 놀라서 깼더니 할머니가 웃으며 바라보셨다. 바로 꿈을 깨고 떠올려보니 곧 기일이구나. 어제는 덧없이 길가에서 쓰러진 이를 보았다. 작업실 오는 길 항상 지나쳐오는 흡연 구역, 흔치 않게 다수의 사람이 모여있어 무언 일인가 보았더니 나와 그리 나이 차이가 보이지 않는 이가 초점 잃은 눈으로 덩그러니 쓰러져있었다. 낡은 구두가 벗겨진 채, 주변에서는 급히 파란 빛 셔츠를 젖히며 고개를 위로 들게 하여 웅성이면서 급히 어딘가에 모두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 왠지 모르게 숨을 삼켰다. 왜인지 모르게 침..
팔월 오일 귀를 기울이면, 왜 이제서야 보았을까. 지브리 작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마음에 드네. 보는 내내 모든 글과 장면을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기억하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엘르가든을 본 날, 십대와 이십대를 담은.
팔월 삼일 나는 왜 이리도, 그리도 소중한 것들을 지금 오늘까지.
팔월 이일 왜 발매해도 별로 안 기쁘지
칠월 십칠일 떠나는 이와 남겨진 이는 서로를 명확히 당연스레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어쩔 수 밖에 없고, 가혹함은 언제나 한 쪽에게 더욱이 치닿는다. 종종 어떤 결정은 모두가 의미를 알 수는 없겠지. 그럼에도 구김살이 많은 건 언제나 속상하다. 나는 왜 직설적임을 두려워할까, 가끔은 그게 가장 먼저여야 하는 세계인데. 행복이라는 단어는 마주할 때 마다 눈물이 난다. 앞으로도 그렇겠지. 다만 언제일지 모를 포근한 겨울을 향해 매일 음악을 짓고 들으며 글을 적고 사진을 남긴다. 꼭 긴 글이 아니더라도 우린 알 수 있으니까. 종종 짧은 문장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런 존재는 내게 그토록 음악과도 같은 존재이다. 다녀올게, 너도 잘 다녀와.
유월 이십일일 며칠 전, 세계를 스스로 거부한 친구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공교롭게도 나는 오래 전 부터 알아온 다른 친구를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열 아홉이 지나 막힘없이 어디에서나 술을 마실 수 있던 그 때, 그 친구를 처음 알았다. 그럴듯한 유명 예술 대학 어디에도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던 나는 반쯤 포기한 채 혼자서 다시금 홀로 방에서 음악을 짓고 있었고, 그러던 중 주변의 소식으로 어쩌다보니 충정로에 위치한 학위 인정 전문 학교를 알게 되었다. 정시가 남아있었지만 언어를 제외한 수능 점수와 내신, 출석 상황이 좋지 않던 나는 기대를 않을 수 밖에 없었고, 그래도 배울 것이 있겠지 싶은 마음으로 원서를 넣었다. 당시는 지금보다 학위 등 타이틀에 더욱 예민하던 시기였고, 당연히 학위 인정 학교는 좋은 눈길을 받을 ..
유월 십일일 미루던 작업실 청소를 마쳤다. 무거운 마음으로 아끼던 악기들을 판매했고, 그 외에도 당장 사용할 장비가 아니면 전부 정리했다. 피부가 잘 나아지지 않는다. 예전만치 상처 복구가 빠르지 않다는 점이 나이를 다소 체감하게 한다. 면도를 더 신경써서 해야 하는구나. 아이맥이 상태가 좋지 않다. 맥북으로 작업을 진행해야하나 싶은 생각도 문득 들었다. 백업을 진행했지만 마음이 무겁다. 전부 재설치를 해야할까. 눈이 나으면, 으로 시작하는 문장이 아프다. 나는 죄를 짓고 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