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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연 혹은 과열

eeajik 2017. 12. 16. 11:54

꽤 잘 지내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건 너무 요령없지 않을까. 무언가 짓고 싶지만 왜인지 당장은 시도하지 않고 벽을 끌어안고 지내게 된다. 무미한 마음, 창백한 생각들. 단지 나 스스로를 얼려 둘 뿐이다. 곡을 쓰는 것도 가사를 적는 것도 ‘지금은 때가 아니지 않니’ 라고 묻는 머릿속 또 다른 내 목소리 덕분에 펜을 들거나 건반에 손을 얹고 기타를 잡는 걸 시도하기 보다 차라리 두 눈을 감고 지낸다. 연주 한 올 마다 담는다는 건 노브를 돌릴 때에도 통용되는 말이 분명하다. 매일같이 아침 여덟시에 일어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술이 섞인 폭식과 구토의 수 많은 단점 중 최악은 복부 지방이, 지방만 찐다는거다. 아침은 꽤나 내가 좋아하는 온도였다. 하지만 아침이 싫은 건 내가 아침이란 통용되는 단어의 의미를 싫어해서일까, 혹은 지금까지의 아침이 정말 싫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 생각 안에서 태양이 가장 은은하고 아름다운 때 이기에 질투가 나서 싫은 걸까. 운동 마치고 작업실로 나올 때 사진을 하나씩 찍어 두는 참이다. 조금씩 모습이 달라지는 걸 저번 운동때는 왜 안 했을까 후회한 적이 많았다. 나를 변화시키는 건 나 자신이라 말하지만 사실 시간일지도 모른다. 내가 무언가를 내게 사용하고 소비해도 시간을 소비하는 것임은 다를 바 없으니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예전엔 머릿속에서 벌레가 스멀스멀 삐져나오면 술 마시며 뽑아내어 곡을 썼는데, 요즘은 삐져나온걸 뽑다 끊어져 버린다고 하더라. 나는 요즘 벌레가 되는 공부를 한다. 그 무언가 내키지 않을 때 조차 문득 찾아와 손을 흔드는 나와 너와 닮은 도깨비가 다가올 때, 그 순간마저 익숙하도록. 익숙하면 변화를 찾아 닥치는 대로 씹어 삼키는 내게는 벌레를 삼킬 각오가 필요하다. 혹은 벌레 자체가 되어 내가 벌레라 생각하지 않던 무언가를 벌레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 개월 전 부터 유언과 고립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고 싶어졌다. 나는 오래 전 부터 바스라지는 질감의 채도 낮은 다양한 색과 같은 글을 적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요즘은 사람이 많이 죽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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