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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를 잃었다’ 라는 표현은 사실 제법 추상적이며 우스운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의 모습들, 그리고 네가 알던 내 모습들, 그리고 둘 사이에 다양한 대화로 알아낸 정보와 공명하는 감각들.그리고 공감이 가능한 여러 방면의 취향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에 일방적인 그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상상들을 섞어 붙인 결집체를 서로 마음 안에 넣을 때 쓰는 명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사람을 그토록 사랑하고 아낄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이 지금의 나와 맞지 않게 달라졌다면 눈썹과 한 팔을 들어올려 '다신 만나지 못하겠구나, 안녕’ 이라고 인사를 나누면 되는 거다. 그렇지만 그게 쉽지 않은 건 나도 알고 있다. 품었던 자리는 비로소 공허하기 마련일테고, 인간이 겪는 이별의 감정엔 상실의 공포 또한 존재하니까. 그래서 나는 그 우습고 추상적인 표현을 가끔 내뱉는 편이다. 나는 몇 주 전 소중한 친구 하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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