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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십팔일

eeajik 2017. 12. 18. 22:36

생각해보니 일기의 제목에 년도를 적지 않았구나. 뭐 나쁘지 않다. 어차피 년도는 사실 내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오늘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너무 추운 겨울이라 도저히 못 참겠어서 히트텍을 사러 홍대를 오랜만에 갔다. 역시나 꾸준히 참 북적이는구나 싶었어. 어찌나 바쁜 사람들인지 누군가를 치고 지나가도 아무 말도 없는 그런 곳이니까.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 화려한 옷들, 독특한 인테리어의 다양한 가게들. 내가 알던 가게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곳들이 많이 생겼어. 내게 중요하지는 않았어. 나는 내 작업실과 내 건반과 지금 내가 입은 검은 옷이 마음에 들어. 맛있는 음식도 딱히 괜찮아. 이 년 전에 자주 가던 골목은 이제 정말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지. 그게 사실 슬프지는 않아, 꾸준히 변하지만 그 자리인 곳은 오래 된 예전 풍경도 담고 있어.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그런 기분이 들지 않나요. 예전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비교되는 풍경. 나는 그 오버랩이 좋아. 돌이키게 하거든. 무언지 모를 감상을 남기며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그 모습들을 생각하면 왠지 버스에서 눈물이 나 버려. 아쉬운 사람이 많이 사라지는 계절이야. 나는 김주혁씨의 그 웃음과 목소리가 너무 좋았어. 방송을 싫어하는 나도 밤에 혼자 술을 마실 때 종종 그가 나온 1박 2일 다시보기를 볼 정도였었거든. 사람들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그 저음의 목소리, 그리고 웃음에서 보이는 소년같은 모습.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워서 저렇게 늙고 싶단 생각을 했었어. 물론 내가 아는 그 사람은 화면에만 나오던 모습 뿐 이겠지만, 프로그램을 하차할 때 편지를 읽던 모습은 그 때도 너무 슬펐지만 지금은 더욱 슬퍼져 버리네. 지금 스무살 나이대의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Chester Bennington 를 모르던 사람이 있을까, 좋던 싫던 말이야. 점점 망가져가는 목소리에 자신 스스로도 슬퍼 했다는 말이 마음이 아팠어. 그렇지만 피아노 하나에 목소리 하나 였던 Adele 의 커버를 나는 평생 잊지 못할거야. 그 목소리는 정말 독창적이었고, 아름다웠고, 잘 벼려진 쇠 같았지. Chris Cornell 의 장례식의 그를 보며 마음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 좋은 친구가 손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사라진다는 사실은 마음이 너무 아프니까. 나는 사실 초반부의 Linkin Park 보다도 후반부 사람들이 별로라 말하던 A Thousand Suns 앨범 부터가 정말 좋았어. 아카펠라 버전까지 찾아 숨소리까지 찾을 들을 정도였으니까. 남은 시간 동안 잭 다니엘을 마실 때 마다 나는 그를 잊지 못할 것 같아. 오늘 여섯시 삼십 분, 믿겨지지 않았어. 나는 오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던 차여서 기타를 잡고 조용히 연주하다 포털 사이트를 켰거든. 그리고 내가 좋아하던 사람이 사라졌어. 갈탄으로 인한 자살. 한 동안 나는 그냥 머릿 속이 하얗게 셀 뿐 이었어. 거짓말이었음 좋겠다 싶었어. 나는 사실 아이돌을 잘 몰라. 마냥 싫어하기 보다는 정말 잘 모를 뿐이야. 목소리도 내가 듣기엔 왜인지 다 비슷하고 인상깊은 퍼포먼스도 딱히 없었거든. 그렇지만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두 팀이 있어. 샤이니랑 f(x) 두 팀 뿐이야. 그 중에서도 종현은 내게 정말 우상이었어. 내가 부러워하는 짙은 얼굴 상. 심이 살아있으면서도 숨이 잘 섞여 좋은 목소리. 나도 춤을 정말 못 춰서 일까? 춤을 잘 추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열심히 추는 모습. 그리고 잘 추는 지금까지 한 노력. 그리고 종종 보이던 말들. 꼭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던 사람이었어. 나는 말했듯이 아이돌을 잘 몰라.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아이돌을 좋아하는지, 혹은 잘생겼다고 생각하는지 물으면 항상 종현을 이야기 했어. 그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어. 무언가가 그렇게 아팠을까, 무언가가 그토록 외로웠을까. 서 있는 빈 택시를 잡고 목적지를 말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택시기사님이 사실 오늘은 너무 슬퍼서 운전을 하지 않으려 했다는 말을 듣고 설마 싶었지만 종현의 이야기를 꺼냈어. 괜히 일렁이는 마음을 잡고 듣고 나오는 길이라고 하니, 종현의 부모님과 오랜 친구라고 하시더라. 나는 가끔 우연이라는 것에 대해 소름이 끼칠 정도야. 지금 아까부터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는다고 하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애써 쓴웃음 지으시는 모습에 마음이 이상했어. 종종 부모님 모임에 선물도 가져다 주고, 가세를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아이였고, 어릴 적 부터 참 친절하고 올 해 여름에도 웃으며 인사 했었던 기억이 나면서 시선을 내리셨어. 곧이어 양해를 구하시고 받은 전화는 다른 친구의 전화였는지, 부재중인 종현의 부모님 이야기를 나누며 지금은 잠깐 말 없이 두자고 하셨어. 지금은 무언가 하지 않는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말을 하시더라. '옛날의 내가 아니지. 몸이나 마음이나 그 때 같지가 않아. 나도 막 차 갖고 너희 데리러 가고 그럴 체력도 안 되고 말야. 힘들어 이제 인마, 흐흐' 일이 마치고 놀러 가자는 친구의 말씀에 그렇게 대답하는 모습. 나는 저 나이에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니 웬걸 보이지 않았어.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말야. 아까 네 시 쯤 온이가 잠깐 소리를 듣고 싶다 해서 케이스에서 335를 꺼냈어. 위에서 보니 헤드가 조금 이상하다 싶었더니 온이가 깜짝 놀랐어. 또 넥이 부러져 있었거든. 벌써 이번이면 네 번 째야. 슬슬 침착해진단 말이지. 세 번째 맡긴 곳에서 마무리 도장도 어정쩡하고 해서 수상하긴 했었어. 한 여름에 돌려 받았는데 덜 굳은 두꺼운 락카와 무차별 식의 자국이 충격적이였고 덕분에 내 기타 케이스의 자국이 넥 뒤에 전부 남았지. 아주 지랄같은 그 모습에 화가 나지만 따지고 싶지도 않았어. 다시 연락했더니 한 번 마감만 다시 해준다더니 여러 이유를 대며 기한만 계속 미루는 모습마저 짜증이 났지. 다른 곳을 찾던 중 지금 다니는 프로페셔널하고 멋진 샵을 만나 넥 재도장을 마쳤어. 사실 한 달도 안 돼서 부러질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해 주신 재 도장이 너무 좋아서 기쁘던 탓에 이게 무슨 일인지. 나무를 자주 봐 온 친구가 보더니 세 번 째 부러진 곳이 다시 부러진 것 같다고 하더라. 목공 본드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헛 웃음이 나왔어. 기타 넥을 단순히 목공 본드로 붙일 생각을 한 건가. 심지어 깁슨 헤드를. 그래놓고 재도장도 거지같이 해 두고 그 돈을 받은 건가. 상식적으로 아교 등을 사용하는 편인데 목공 본드는 정말 충격이었어. 다시 연락해서 따지며 화내고 싶지도 않았어. 이런 곳은 항상 그렇듯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 말하며 관리 부주의라고 하지. 다른 사람 다 괜찮다는데 왜 나만 그러냐면서 되려 사람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지. 나는 전문가답지 않은 사람이 전문가인 척을 하는 게 너무나 싫어. 짜증이 조금 나면서 허탈했어.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두 번째 였던 걸 보니 정말 화가 나서 보고 싶지도 않은가 봐. 마음 속으로 지금의 샵을 알아서 다행이다 싶어 바로 연락을 드렸어. 침착하게 판단 하시며 내려주시는 결론들이 역시나 만족스럽고 믿음직스러웠어. 1월 중순 쯤이 지나야 다시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접착제에 따라 다르지만 가능할 수도 불가능 할 수도 있다고 하셨어. 기존의 접착제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하시더라. 매번 생각하지만 참 속 썩이는 아이구나 싶어. 기타 가격과 비슷해져가는 수리 비용들이 점점 스트레스를 받아. 이번에도 다시 사용하다 부러지면 아마 그 대로 두지 않을까 싶어. 나중에, 더 여유로울 때 고쳐 주어야지 싶어. 여린 아이구나. 정말. 이 아이 말고는 다신 깁슨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야. 장필순씨 음악을 듣다보면 보이는 그 입 모양이 나는 너무 좋아. 왜인지 머릿속에 입 모양만 보이는데 그 입 모양이 참 아름다워. 옅게 부는 늦 봄 바람같은 목소리. 머리가 아플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야. 매번 술을 사서 친해져 도너츠도 받고 귤도 나눠먹고 하던 상수역 지하철 속 GS25의 아르바이트 분이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하셨어. 아쉽다는 말을 나누고 감기 조심 하시라는 말을 전했어. 참 많이 변하고 흐르는 세상이야. 내일은 티저 영상에 사용할 클립을 마저 촬영하러 가야 해. 조금 춥지만 말야. 유통사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아. 수요일 까지 말이 없다면 다른 곳에 문의 해야겠어. 어제 새벽엔 눈이 많이 내렸지. 슬픈 날임을 예견한 걸까 싶기도 해. 오늘도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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