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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십구일

eeajik 2017. 12. 19. 18:05

덧 없이도 흐르는 시간이 참 애석하다. 오늘은 티저 촬영 마지막 날이었다. 각자의 약속과 마음의 기억들이 놓인 그 장소들에서 내 곡을 차분하게 읽어주는 누군가의 목소리들을 듣고 있으면 왜인지 가슴이 아파 와. 이유는 모르겠어. 내 곡 이라는 이유의 과한 감상은 아니야. 이유 모를 뭉클함 끝에는 고동색 그리움이 조금 묻어 있는 것 같다. 왜인지 나는 삼 년전 크리스마스 이브만 자꾸 떠올라. 오늘 처럼 추운 날 우리는 덜 밝은 조명 아래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들었지. 너를 보며 적은 글귀와 눈 앞의 건반으로 완성한 짧은 이 곡이 앨범에서 어쩌면 가장 마음에 들어. 일그러진 그 곳의 노이즈들 사이로 나지막하게 읊는 목소리와 담담한 피아노를 누군가도 사랑해 주겠지. 너에게 선물한 편지로 시작된 이 곡을 같이 부르고 연주한 네가 참 보고 싶구나. 작업실로 돌아가는 홍대의 저녁 풍경을 함께 보며 걷다 커피 한 잔하고 싶은데 너는 안녕하니. 감기 조심하고, 아프지 말고. 밥 잘 챙겨 먹고 있었으면 좋겠어. 어서 나와서 울고, 웃고 노래하고 연주하자. 추운 밤이야. 그렇지만 데워진 마음 한 편이 오늘따라 그리 밉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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