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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 - 그토록 빨간

eeajik 2018. 8. 6. 20:22

어두운 방을 가두던 노란 스탠드 불빛 아래 온통 버려 형태도 없는 재를 모아두듯. 

그것들에 의존하여 낯모르는 인간의 표정을 나는 적었다.


버려진 말들과 적자 마자 죽어버린 말들과 죽어도 죽지 않는 말들을 모아두고서, 나는

도무지 멈출 없었던 칠흑과 다르지 않게 느껴지던, 잠시이자 종착으로 믿게 되던, 그러니까 몸으로 굴러가며 아니고 싶었던 눈멀고 환한 그때에 대하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심정과 절망을, 훈장처럼 달고서 길을 걸었다. 나는 아주 멀리까지 달릴 있었고, 그것은 바람이었다. 더없이 높고 거친 산이었다. 그곳에 위협하듯 자라나고 있던 나무들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나는 이것들을 있을까 나는 언제나 모름을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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