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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자각했다. 힘들다. 쉬고 싶다. 지친 것 같다. 아픈 것 같다. 울고 싶지만 울고 싶진 않고, 웃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 자체가 너무 힘들다. 먹으면 그대로 다 토하고, 이제는 과자 반 봉지도 먹기 힘들다. 우스운 건 그렇다고 허기가 없는 건 아니다. 끝까지 비참하게 화가 나네. 의외로 절실히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뭔지 잘 모르겠다. 몸이 움직이기 위해서 뭘 달라는 느낌이 강하다. 맛있는 음식과 술과 새로운 음식 그리고 요리를 하는 즐거움도 이제는 모르겠다. 내게 음식물로 돈을 쓰는게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먹을 바에 다른 사람이 먹는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사실 언제부터인지 배가 부르다는 느낌도 잘 모르겠다. 어제와 그저께는 굉장히 폭식이 심했다. 전부 집어넣고 전부 토했다. 5인분 정도의 양이었던 것 같다. 단지 그 뿐이다. 씁쓸하고 짜증스럽게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그렇지만 한 입 먹는 순간 토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3일 전에 억지로 꾸역 버텨보려 해도 한 주먹도 안 되는 스콘을 전부 토했다. 사실 다 무슨 맛인지 알아서 그런 걸까. 먹고 싶다는 그 기분과 알던 감정이 좋을 뿐인가 싶다. 맛있는 음식점이 생각나도 정말 먹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제는 갑자기 감자탕이 먹고 싶었지만 이제는 음식에 돈을 들인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가 사라져서 '어차피 토할건데 뭐하러 먹나' 싶은 마음만 든다. 좋아하던 비타민 음료와 콜라를 마셔보려 해도, 예전에는 괜찮았지만 이제 그마저도 토하게 되더라. 물은 차라리 낫다. 돈이 들지 않으니까. 차를 마시고 싶지만 돈이 드니까. 그렇지만 물만 마시자니 합주를 가거나 작업을 할 때 체력이 좋지 않다. 합주실을 가는 것 만으로도 이미 지치고, 당이 떨어져서 머리가 어질어질하면 피곤이 몰려온다. 아이러니하다. 차라리 배가 고프지 않으면 좋겠다. 어제와 그저께는 많이 취했다. 다행히 화장실에서 한동안 씻고 게워내고 나니까 취기가 나아졌지만 어떻게 설거지를 했는지도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어떻게 치웠지. 술을 마시긴 했었나. 잘 모르겠다. 그저께는 취중에 반찬통을 선반에 잘못 넣어둔 걸 어제 알았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요즘이다. 오늘은 예전부터 꼭 카피하고 싶었지만, 부족한 실력에 엄두가 안 났던 곡을 시험삼아 카피 해 보았다. 이젠 프렛보드가 예전보다 잘 보이고 손에 힘이 있어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카피할 수 있었다. 그저께 또한 평소에 카피하고 싶던 곡을 카피했는데, 자연스레 가능하다는 사실이 내심 기뻤다. 하기사 근래 속솜에서 카피한 곡들도 예전에는 도저히 못 치겠었던 곡이었다. 왠지 모르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때는 보다 다른 부분을 보았겠지 싶다가도 성에 차지 않네. 자리를 옮긴 블라섬랜드에서 연락을 받았다. 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고, 당장 정적의 춤 트랙들의 MR을 뽑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 조금 복잡하다. 전부 재편곡을 하기에는 그 또한 의미가 없다. 하늘을 보고 싶지 않다. 달을 그리워 하고 싶지도 않고, 그림과 글로 가득 벽면을 채우고 소리에만 열중하고 싶을 뿐이다. 올해에는 공익을 꼭 갈 생각이다. 문신을 하고 싶다. 목 뒤에 보이는 곳에 하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했었다. 어떤 그림일지 몰라도 내가 그린 그림으로. 그림을 그려볼까 싶다. 어쩌면 가장 좋은 해답일지도 모르지만 반대의 경우일지도 모른다. 관념적임과 원론적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새 곡들의 작업을 시작했다. 하고 싶은 걸 해 볼 테고, 예쁘고 깔끔한 소리 말고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흐름. 바람. 그리고 충돌. 다양한 연결에서 오는 바램. 그리고 결과물. 오늘은 여전히 오늘이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9월. 나는 보통 이 때부터 개인 앨범 작업을 하는 것 같네. 가을 바람이 시작하는 이 맘때. 술을 마시고 고개를 숙이고 아침을 미워하고 밤을 두려워하고 나는 무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