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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날씨였다. 겨울비가 아름답게 주륵 흘러내리는 종일이었고, 나는 두 시에 눈을 떠서 물을 마시고 다섯시 까지 누워 있었다. 다음 주 월/화/금은 합주고, 수요일은 공연, 목요일은 작업이 있으니 푹 쉬려던 참이었다. 어제 같이 있던 형에게 잘 들어갔나 연락을 했다. 비가 온다고 서로 말하던 중, 친구와 함께 있을테니 카페로 오란 말을 듣고 우울한 중 씻고 준비를 했다. 면도를 안 한지 이틀이 되었어서 깔끔하게 면도를 했다. 기르고 면도하는 기분이 참 좋다. 형과 친구는 내가 도착하니 나설 준비를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게의 일본 카레를 먹겠다고 해서 같이 가고 싶었지만 후회하고 토할 걸 알아서 꾹 참고 먹지 않았다. 아니, 못 먹었다. 참 싫다. 다른 카페에 들어가 음료를 시켰다. 청보리순차를 시키면 jar를 무료로 준다하여 그걸 시켜 마셨다. 첫 씁쓸한 향과는 달리 설탕 탄 녹찻물 같아 실망스러웠다. 겨울비를 핑계삼아 정종이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셋 다 돈이 없어 결국 먹지 못했다. 아무리 어떤 방법을 찾으려 해도 술을 마실 수 있는 돈이 되지 않았다. 씁쓸히 집으로 오는 길로 돌아섰다. 돈 걱정 하고 싶지 않다. 3만원 때문에 친구에게 망설이며 이야기 하고 싶지 않고, 크게 비싸지 않은 이펙터 하나 정돈 말없이 선물하고 싶다. 비라도 그쳐라. 내가 좋아하는 날이 밉다. 고모부에게 전화를 드리지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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