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염없이 무너지고 부서진다. 오래 전 같거나 닮은 음악을 듣고 나누며 오래 된 영화와 만화책을 보며, 말도 안 되어 보이는 미래의 이야기들을 마치 눈 앞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것 처럼 말했던 주변 중 내게 남은 이는 누가 있을까. 청승맞게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눈만 감아도 선명한 표정과 말투는 종종 일상에서 문득 떠올라 눈물이 올라오게 만든다. 나는 이제 어떤 꿈을 그리기보다는 꾸었던 꿈의 결론을 만들기 위해 매일의 나의 일부를 깎아가며 살아가는 기분이다. 이루어지지 않을거야, 라는 냉소는 회피에 가까운 일종의 자기최면. 그럼에도 나는 계속할 수 밖에 없다.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하는 맡은 역할이 있고, 내 스스로의 마음 속 떠오르는 소리들이 있다. 고독해도 짓는 일 밖엔 할 수 없..
연무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다시금 빵 오디션을 보았다. 15년도에 체온으로 오디션을 본 이후, 약 8년만에 마주한 빵의 무대를 바라보자니 묘한 익숙함과 이질감을 동시에 느꼈다. 분명 그 때와 지금의 내가 이만큼 달라진거겠지싶은 마음으로 서류를 적고, 순서가 되어 두 곡을 마치고 내려왔다.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지인 덕분에 보다 좋은 분위기로 쾌적하게 오디션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목 끝과 마음이 쓰렸다. 나는 여전히 이 길목에 갇혀 있구나, 흐르지 못한 채 퇴적되어가며 돌아갈 곳 없이 이 곳만을 회전하고 있구나. 익숙한 이름들이 많아진 빵 일정표를 받고 나서 가만히 고민해보니 지금 내야 할 일들이 눈 앞에 보였다. [그만하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담고 지낸 근래, 나는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게 아닐까...
삶을 구성하는 너무나도 존경해 마지 않는 피아니스트 네 명 중 두 명이 떠나갔다. 나는 결국 그 둘의 공연을 직접 단 한번도 보지 못했고, 오히려 그게 더 오늘의 내겐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쩌면 내가 그들에게 찾는 것은 일종의 존경의 파편일테고, 나는 내가 생각하며 지낸 공상의 그들을 마주하는 것이 지금에선 더욱 긍정적일 뿐 직접 마주하지 않는다고 하여 부정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는 언제나 누군가의 공연을 잘 찾지 않았다. 누군가를 구태여 만나지 않는다. 나는 정을 붙이는 일을 미워하고 두려워한다. 장소와 시간의 남는 모든 기억은 정이라 말하지. 사실 언제부턴가 더는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지도 않고, 새로운 공간을 찾고 싶지도 않다. 새로운 즐거움이란건 무슨 색채일까,..
잠을 3시간 이상 못 자네. 와인 마시고 싶다.
짓는 일보다 두려운 일들은 잇는 일이다. 사람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어떤 규칙이 존재하는 순간 나와는 먼 일이었을수도 있다.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는 것보다 두려운 일은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순간 사실 다수의 관념이 무의미해지기에. 비교하지 않게 되면 의미를 지운 채 버리게 되니까. 텅 비어가는 내 방과 작업실처럼, 내 마음의 무게처럼. 나는 어쩌면 더 이상 이렇게 음악을 하고 싶지 않을수도 있겠다 싶다. 음악으로 인해 흐트러진 것들이 더 많아진 순간부터 나는 내 이름을 지우고 아무도 모르도록 조용한 소도시에 떠나 마치 지난 15년의 궤적이 거짓말처럼 잊혀지도록 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나를 어떤 곳에서 흔적 없이 지워내는 일은 무엇보다 잘 하는 사람이니 걱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