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 오늘은 어떤 날이었던 듯 한데, 도저히 무슨 날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J의 생일이었나, 싶은 마음에 카카오톡을 들어가보니 이미 이틀이 지나있더라. 차마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미안함. 오랜만에 메세지가 온 S에게 멋적게 답장을 적고 나니 이만치 시간이 십이월이다. 이렇게 시간을 지표 없이 지내오는 삶에 어쩌면 날짜는 부쩍 내게 큰 의미로 와닿게 되었네. 아무런 날도 아니라는 사실을 2021년 사진첩까지 돌아보며 알았다. 단지, 1218이라는 어떤 숫자에 내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멍청한 기억력과 유약한 마음은 여실히 달라지지 않을 뿐이다. 해촉증명서 3장, 주민등록 초본과 등본, 사업자소득 관련 서류. 보증금 인하 문제는 임대인의 의사로 인해 추가 해결이 불가능하고, 이대로 진..
고독한건지, 추위인건지. 늘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것들에 대해서. 힘이 드네.
과연 나는.
식도염과 후두염, 심한 역류성 식도염과 신경성 위염, 위경련. 종종 찾아오는 기흉. 오늘 병원에서 제법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눈 꼭 감고 결제하여 많은 약과 긴 수액 주사를 맞았다. 몸이 버틸 수 없게 아프다고 자각하며 산 적이 많지 않았는데, 오늘 눈을 뜨고 문득 [이제는 이렇게 나를 아프게 놓아두면 안되겠다]라고 생각했다. 매번 나는 미래에 대한 계획 준비 단계에 내 건강이 가장 뒤에 있었고, 당장의 어떤 이룸과 성과를 위해서라면 내 건강에 관한 모든 것들을 먼저 포기했었다. 여전히 양쪽 어금니는 비어있고, 이관 개방증은 종종 심하며, 심각한 수전증과 수족냉증은 나 자신도 점차 심하다 자각하고 있다. 누군가 옆에 있던, 않던. 나는 단지 내 건강은 '다른 이가 엮이지 않은 온..
호의란 건 무엇이고, 수용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호의가 담긴 선물 혹은 마음을 주고받는 것에 익숙치 않던 나는 일전에는 미숙한 어린 마음에 부끄럽지만 오히려 거절하고, 한 걸음 멀어지는 방법을 택했었다. 내 생일 등의 기념일을 숨기는 일에 익숙해지고, 오히려 혼자 보내는 매일에 대해 익숙한 방법을 찾아가는 편이었다. 몇 년 전 쯤 부터 감사한 마음 덕분에 마냥 호의와 선물을 거절하는 것 보다는 더 좋은 방법이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선물하는 법이란 사실을 배웠고, 마음도 동시에 그렇게 선물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어쩌면 사실 이전에는 물질적인 선물보다 오히려 마음이 더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었던 듯 하다. 마음의 무게는 내게 정말 무거운 편이기에 상대방이 그 모든 것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
먼저 잘라내어 잃고 애써 잊으려 노력한다, 가능한 곁만을 지속한다. 단 두 가지의 선택폭으로만 지내온 편이다. 이 또한 균일하지 않은 유년 탓에 뒤틀린 결핍의 일부일까. 작업 때 약간의 문제라도 있는 소스라면 바로 다시 녹음하는 습관도 같은 사유가 있을까. 언제나 중간 지점을 찾는 내가 유일하게 극단적인 부분이구나 싶다. 근래에는 어쩌면 내가 어떤 결핍을 나 스스로도 모른 채, 혹은 모르는 척 지내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그렇게나 곁을 두지 않고 밀어내면서, 정작 몸이 지치고 마음이 닳아 가끔 술에 취하면 울며 이름을 부르는 내 모습을 나는 기억하니까. 차라리 취중의 기억이 나지 않으면 좋을텐데, 이상한 습관이지만 여전히 취기 섞인 기억을 나는 쉽게 잊지 못한다. 매일 손이 차가워지고,..
뒤켠에 서서 먼저 지목받지 못한 채 어떻게던 기회를 얻기 위해 혼자 발악하며 사는 삶도 지겹고 지친다. 요즈음은 요통이 심하다. 공연을 한 번 마치고 내려오면 허리 뒷편이 아프고 발이 지친다. 내 마음의 허리와 발도 그렇게 지친걸까, 근래에는 기절하듯 잠에 들며 하루를 어찌 보낸건지 기억도잘 나지 않는다. 있죠, 삶은 보통 이상하리만치 무언가 하나 없어져도 어느 순간 잊혀지는 듯 해요. 언제나 나는 내게 먼저 손 내미는 이가 많지 않기에 내 스스로 무언가를 어떻게던 잡아채려 노력하며 살아온 듯 한데, 그 탓인지 중독적이다 싶게 일을 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며 여유의 생각을 가질 수 없도록 평안을 줄 수도 있는 주변을 지우는 나쁜 습관이 생겼나보다. 그렇게 누군가는 나를 잊고 나는 누군가를 잊으려 한다. ..
적막한 밤이 삶의 연장을 억지로나마 다잡아주는 계절이다. 누군가의 글로 마음을 다치고, 누군가의 말로 마음을 여민다. 홀로서 무언가를 지으며 모든 말을 삼키어내는 내 고집이자 습관은 여전히 지금도 변치 않았지만, 몇 곳에서 보여지는 모습들로 누군가는 내 주변의 유대감 혹은 관계를 오해하고 만다. 그렇지만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홀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이 매일을 지내며 누군가의 곁에 있길 두려워하고 걱정하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스스로 누군가에게 쉽사리 곁을 내주지 못하고 말을 아끼는 사람이 되니 참 우스운 일이네. 특히나 여러 일이 있던 이번 여름, 나는 더욱더 혼자가 아닌 집단과는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려 하고, 불특정다수가 보는 곳에 무언가 적는 일에선 진담의 비중을 덜어냈다. 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