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터 오이지는 여름 반찬으로 자주 있었다. 매콤하게 무쳐 낸 마늘 향 고춧가루 빨간 오이지 무침은 반찬으로 가끔 도시락에 올랐고, 집에서도 빼 놓을 수 없었던 반찬이었다. 종종 오이지라는 반찬이 부끄러웠던 적은 있었다. 친구들의 예쁘게 꾸민 도시락 속 인스턴트 음식 반찬이나 독특한 고기 반찬이 부러웠어서일까, 작은 어두운 색의 도시락 통 속에 담긴 상당히 한국적인 반찬들이 나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이지가 싫진 않았다. 섭식 장애가 오기 전 까지도 꽤 좋아하는 반찬이었다. 할머니와 아버지는 오이를 좋아하셨고, 그래서인지 다양한 요리법으로 항상 밑반찬에는 오이지가 있었다. 나는 매콤하면서 참기름 냄새 고소한 무침도 좋아했고, 종종 고추장으로 진하게 양념한 오이지도 꽤 좋아했었..
빌려 줬던 DS-1 Keeley Mod 버전을 어쩌다 다시 받아 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에 든다. 칼칼한 뒷맛은 있지만 첫맛이 두툼하게 들어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스윗 스팟이 없기로 유명한 톤 노브는 여전히 최악이고, 하이게인 시 들리는 쇳가루를 입에 머금는 듯한 소리는 별로지만 단단해지는 소리와 묘하게 넓어지는 헤드룸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모래와 철가루 사이의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예전에는 왜 이 느낌을 몰랐나, 싶어서 계속해서 시그널 체인을 바꿔가며 들어도 정말 좋구나. 단독으로도 좋았다. 보드에 들어갈 자리가 없고, 현재 메인 드라이브가 워낙에 더 마음에 들어서 자주 쓰기에 당장 올릴 순 없지만 팔아야겠다고 생각한 마음이 싹 사라졌다. 가지고 가야지.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바닥 중의 바닥 인생이지만, 언젠간 내가 마음에 무엇을 품고 있는 지 모두에게 보여 주고싶다. 나는 내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 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왜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인지.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