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아침엔 그런 생각을 했다. 인간과 포유류의 사랑에는 두 가지 정도를 제외하면 같지 않을까, 라는 생각. 인간은 인간의 사랑을 참 아름답게 이야기하고 노래한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는 듯이 이야기 하며, 특권인 듯이 말하지. 나는 그 사유에 대해 종종 생각하면 혐오감이 들며 역겹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정말 잘 모르겠다. 인간과 포유류의 사랑의 차이는 사회성과 상상력을 제외한 것 말고는 전부 성분이 같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의 인식과 나와 그 사람의 사이의 일들을 상상해내는 것. 두 가지 말고는 사랑의 법칙에 과연 차이가 있을까. 동물을 인간보다 사랑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테고, 인간을 동물보다 사랑하는 동물도 존재할 테니까. 나는 사랑을 노래하는 방법이 너무 어렵다. 사랑이란 단어를 깊게 스스로 ..
그토록 맑은 밤은 다행히도 여전할까
어쩌면 나는 서서히 자살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순간의 자살이 아닌.
일상적인 소리, 카트를 미는 소리나 혹은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에서 까지 짜증이 나는 정도라면 최근의 나는 심각하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새벽녘 잠이 쉽사리 오지 않다는 그 간단한 이유 하나만으로 동네를 다음 날 시간 걱정 없이 걸어 다녀 본 적이 언제일까. 기억도 흐릿한 이 년 전이 문득 그리워졌다. 약간은 서늘한 바람의 냄새, 그리고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 해가 뜰 때 쯤 돌아와 이불을 덮어쓰고 잠 들던 그 시간. 제주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가사를 한 편 쓰며 돌아오는 길, 다음 날 걱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 마음이 어째서 사라졌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시작했다. 창가엔 제주의 텅 빈 공간이 아닌 빽빽하게 들어 찬 서울의 건물들, 숨을 쉬지 못하는 좁은 틈새의 악취. 어제 제주에서 가까..
악몽이 그치질 않는다. 오늘은 두 번의 현실감 있는 악몽이었다. 꿈에서도 누군가가 내게 그만 해도 된다며 돌아섰다.
‘오랜 친구를 잃었다’ 라는 표현은 사실 제법 추상적이며 우스운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의 모습들, 그리고 네가 알던 내 모습들, 그리고 둘 사이에 다양한 대화로 알아낸 정보와 공명하는 감각들.그리고 공감이 가능한 여러 방면의 취향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에 일방적인 그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상상들을 섞어 붙인 결집체를 서로 마음 안에 넣을 때 쓰는 명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사람을 그토록 사랑하고 아낄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이 지금의 나와 맞지 않게 달라졌다면 눈썹과 한 팔을 들어올려 '다신 만나지 못하겠구나, 안녕’ 이라고 인사를 나누면 되는 거다. 그렇지만 그게 쉽지 않은 건 나도 알고 있다. 품었던 자리는 비로소 공허하기 마련일테고, 인간이 겪는 이별의..
꽤 잘 지내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건 너무 요령없지 않을까. 무언가 짓고 싶지만 왜인지 당장은 시도하지 않고 벽을 끌어안고 지내게 된다. 무미한 마음, 창백한 생각들. 단지 나 스스로를 얼려 둘 뿐이다. 곡을 쓰는 것도 가사를 적는 것도 ‘지금은 때가 아니지 않니’ 라고 묻는 머릿속 또 다른 내 목소리 덕분에 펜을 들거나 건반에 손을 얹고 기타를 잡는 걸 시도하기 보다 차라리 두 눈을 감고 지낸다. 연주 한 올 마다 담는다는 건 노브를 돌릴 때에도 통용되는 말이 분명하다. 매일같이 아침 여덟시에 일어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술이 섞인 폭식과 구토의 수 많은 단점 중 최악은 복부 지방이, 지방만 찐다는거다. 아침은 꽤나 내가 좋아하는 온도였다. 하지만 아침이 싫은 건 내가 아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