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대한 모자람. 자기혐오.
나는 과거의 아름다움이 추억으로 남는 줄 만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닌 것 같다. 과거의 좋은 기억이라서 내가 추억하는 게 아니라, 기억이기에 추억하는 거였다. 사소함은 깊숙히 박힌다. 옛날 살던 집 오른쪽 벽에는 흰색 분필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고, 현관문의 유리는 푸른빛이 돌았다. 학교 놀이터에는 신기한 돌멩이가 많았고, 화단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많았다. 추억은 감히 내가 하는게 아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추억되는 거구나. 추억이 나를 먹는구나. 안녕, 오래 전의 나와 너. 너희는 무슨 이야기를 하며 지내고 있니. 이겨낼 수 없는 시간, 기억, 편린, 추억. 나를 덮는 그 아름다운 순간을 그린 곡. 나는 잊지 않고 사는구나. 추억하는 법을, 추억에 먹히는 법을 잊지 않고 사는구나. 그 반짝이는 순..
그 나이의 나는 나를 가사로 적을 수 있을까.
불쾌한 꿈을 꾸었다. 술에 마뜩히 취해 돌아와 누운 침대에서 나는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마치 어린 듯 어떤 사람 앞에서 주제를 받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주제는 솔직함. 나는 솔직함이라는 걸 찾지 못해 흰 종이에 온갖 색을 손바닥과 붓으로 덕지덕지 묻히고 기름을 풀어내고 물을 섞은 후 얼리고, 그 다음 그 위에 찢은 골판지 등을 붙이고 까만 크레용으로 [미안합니다] 라고 적었다. 손을 닦고 오니 내 그림을 본 그 어떤 사람은 그걸 찢어 쓰레기통에 던지며 이건 아무것도 아니고, 솔직함이 아니라 말했다. 나에겐 솔직함이 맞았는걸요. 나는 웃으며 이건 저에요. 제 그림이에요. 하고 눈물을 삼키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내 그림에 성냥을 던져 넣고 나왔다. 지금은 옆에 없는 내 친구가 문 밖에서..
난생 처음이었다. ‘그림을 그려야지’ 라는 마음으로 파렛트를 열고 붓을 들었다. 손에 묻어나는 탓에 집지 않았던 파스텔을 집었다. 큰 하이얀 전지에 수채화 물감과 파스텔, 그리고 나와 선영이의 손과 내가 항상 끼고 다니는 반지, 생각, 잘라붙인 종이, 한 획 등으로 그림을 그렸다. 나는 이 그림을 평생 기억할테지. 잊지 못할 거다. 처음 음악으로 작업을 시작하던 4월 16일을 나는 아직 간직한다. 같이 노래를 시작하자고 말한 지는 거나하게 오래 되었고, 곡을 같이 이야기하고 모든 사소함에 웃고 울던 것이 이 만큼이나 오래 되었지만, 이름을 붙이고 앨범 제목부터 짓던 날, 그리고 처음 바늘에 실을 끼우듯이 노래를 하나하나 짓다 보니 밤이 늦고 우리는 그날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은 그 충분한 오후 열 시를..
사실 엄청나게 만족스러운 완벽한 음원은 아니라 생각한다. 드럼은 사정상 미디로 찍었고, 악기도 지금보다 모자란 상황에서 녹음을 했기에 지금 들으면 사실 조금 많이 부끄럽다. 잡음도 들어갔고, 서투름이 보인다. 그렇지만 스트리밍으로 우리 음악을 듣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구나 싶고, 숨기고 싶지는 않다. 이 또한 나에게는 나와 우리의 기록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음악을 들었고, 그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은 손 대어서 공부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지금의 체온이 있고, 두 꿈이 있고,속솜이 있다. 나는 과거와 경험으로써 소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속솜은 처음에 카피곡을 연주하던 팀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럴 듯 하게 기타를 수월하게 연주하지 못하는 나는 다양함을 카피를 하는 것이 발전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