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이 있지만 지나치는 그 모든 안타까움을 느끼던 차, 오늘 비 맞으며 왠지 C가 너무 치고 싶어 건반으로 달려와 한 음을 정성껏 연주했다. 음 하나의 역량을 존중해주고 싶었다. 내가 보고 있는 소리의 일렁임을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장난질 없는 솔직한 곡을 쓰고 싶었고, 사람들이 까마득히 잊고 있는 소중함이란 단어의 고유한 느낌을 내 식으로 소리 안에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방금 음 하나가 30초를 짊어지는, 크게 책임지는 곡을 썼다. 아름다운 달 가득한 밤 동산에 오른 아이가 밤의 아름다움을 숨 하나마다 배워가며 벅차는 모습을 노래하고 싶었다. 남색 가득한 별달밤, 연보라 안개가 누가 누구고, 무엇이 무엇인지 알 정도로만 덮은 그 모습. 곡 중간 그 아이가 느끼는 차오름의 끝, 결정적..
드라마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그토록 사람들이 사랑하는 모습으로만 비쳐지고 싶은 걸 수도 있다. 나는 변하지 않는 나를 목발, 지지대 삼아 걸었는데 이토록 다 주변이 변할 줄은 몰랐다. 내가 즐겨 가던 술집은 사라지어 이상한 화려한 네온이 빛나고, 간단했던 메뉴는 자신감이 없는 건지 쓸데 없는 걸 마구 올리고. 비가 참 개성 강하게 내린다. [한 단어를 정확히 알고 내가 사용할 수 있으려면 정반대의 단어 또한 정확히 알아야 한다.] 문득 방금은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앞을 보면서 가만히 서 있는 채, 뒤로 손만 뻗어 지나온 걸 어떻게던 다시 붙잡아보려 허우적대는 것 같다. 내가 그토록 혐오하는 어리숙한 모자란 사람처럼.
각을 적고 싶다. 너무 많다. 일도 많고 생각도 많다.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적어야 할지 모르겠기에 함부로 글을 적기 어렵다. 내 소중한 글자를 낭비할 여력과 마음이 없다. 정신과 6주차, 크나큰 검은 쇠 통에 자신을 가두고 쭈그려 앉아 스스로만 탓하고 칼로 찌르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자신을 학대하고 외면하는 사람. 사실 들어간건 (쳐 넣은건) 나 자신인데. (가족일이 무의식에 가득 찔리고 있더라.)약 처방을 받고 상담을 하는데도 별다른 기분이 들지 않았다. 상담의사 말대로 사실 알고 있는데 숨겼기 때문 이었을까, 아니면 예전부터 체념한 것 뿐일까. 건강이 총체적으로 안좋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피곤과 아픔이 엄습한다. 위장이 쓰리고 뼈가 아프다. 자꾸만 휘청거린다. 안 좋은 선택인 건 알지만 ..
맘이, 밤이 너무 비어 수수한 식물이라도 한 화분 데려다 두고 싶구나. 비 내리니 촉촉할 것이 분명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