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은 혼자서 편히 잘 보냈다. 낮 시간 여유롭게 듣고 싶던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밤엔 언제나 가는 아주 좋아하는 가게에 가서 맥주와 연태를 시켜서 혼자 음악 들으며 책을 읽었다. 중간 무렵 조금 취기가 오르니 웅비가 보고 싶어졌다. 전화해서 혹시 와 줄 수 있는지 물어본 후 자리를 정리해 두니 곧 웅비가 와서 같이 이야기 나누며 마셨다. 시간은 참 강하고 우리는 미약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요즘이다. 사실 몇 달 전에 자주 오는 이 가게를 4월 경 다른 분에게 넘긴다는 이야기를 나눈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안 그래도 꿈이랑 있던 일이 구별이 잘 안 가다보는 요즘 이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현실적인 사유라서 꿈에서 깨고 나서도 놀랐었지. 그 날 저녁 그래서 당장 지표와 가게에 가서 사장님께..
가만히 있으면 깊게도 고독해지는구나 싶은 밤이다.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가 느끼는 우울증은 단지 살아가는 것 조차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무기력과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것 같다고. 어쩌면 스스로는 어떻게라도 발악하고 무언가를 해 내며 살아가려 하는데, 도저히 해낼 수가 없을 정도로 우울이 나를 물어 틈도 안 주고 끌고 내려가는 것 같은데 나의 우울은 그것과 비슷해 보인다고 하더라. 작년 이 맘 때 였는지 언제 쯤 이었는지, 기억이 흐릿하지만 나는 그 때도 그런 글을 텀블러에 적었지. 섭식장애는 죄인가요. 나는 누군가에게 죄를 짓는다면 나에게도 죄를 짓나요. 그럼 내 숨은 누가 쉬어 주는 걸까. 내 발은 누가 풀어 주는 걸까. 그럼, 너의 그 말에 나도 모르는 사이 찔렸는데도 바로 아프지도 않을 ..
아주 오랜만이다. 그 동안 오랜 시간을 사용한 익숙했던 빨간색 건반을 판매하고 검정 건반을 데려왔다. 프로펫은 생각보다 아주 좋은 악기가 맞다. 왜인지 모르게 회로와 칩 공부를 하면서 전자적인 단어들을 보는게 즐거웠다. 공부한다는 마음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었구나 싶더라. 그렇게 고민하던 TS 들은 사실 조금 마음에서 사라졌다. 어쩌면 그것도 클리셰가 아닐까 싶은 마음에 OCD와 Wave로 만족하려고 한다. 내일은 연꽃 퍼즈를 데리러 학동역까지 가야한다. 거래 장소가 쟈니 브로스라니. 생각지도 못한 곳을 생각지도 못하게 가게 되면 조금 설레기도 한다. 웅비에게 받은 소울 푸드는 일단 내리기로 했다. 공간계를 제외하고는 조금 더 기타 소리에 솔직하자. 그토록 가지고 싶던 검은 우주는 내 마음에 너무나도 잘..
5년 정도 사용한 Nord Stage 2 HA88를 판매할 생각이다. 체온 1집부터 두꿈, Airy Textile, 내 개인 앨범까지 모든 곡들을 함께 해 줬지만 어쩔 수가 없다. Prophet 08을 사용하고 공부해보고 싶지만 건반 두 개는 조금 관리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일단 그럴 돈이 없기도 하고. 정리 해야겠다. 주혁이가 사 갈수도 있을 것 같은데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악기를 판매하는 기분은 여전히 별로다. 기억을 손상시키는 기분이 드네.
어제는 고량주를 한 잔, 맥주를 두 잔. 그저께 작은 믹서를 원석이에게 팔았다. 작업실에서 합주를 할 일도 어차피 사라졌고, 넓어지면 그 때 가져오겠지. 중고가보다 반 값에 주었는데 후회는 없다. 또 아웃보드 악기가 많지 않은 나로서는 믹서가 지금 당장은 큰 의미가 없지. 비싼 장비를 늘리는 일도 이제 내 마음 속에서는 딱히 재미가 없다. 악기 하나를 깊게 탐구하기에도 시간이 없는걸. 요즘은 차라리 저렴하고 재미있는 악기들이 더 마음에 든다. 작고 귀여운 샘플러를 하나 더 가지고 싶네. Casio 빈티지 건반 등등. 한국에선 어딜 가야 구매할 수 있으려나. 동묘, 청계천. 오늘은 THR10C를 종민이에게 팔았다. 사실 돈을 당장 받지 않고 넘겨 주었지만, 큰 상관 없다. 베이스를 연결해서 연주 하는 것과..
왜인지 모르게 요즘은 건반을 잘 안 연주하게 되네. 기타로 거의 모든 걸 해결 하는 편이다. 건반 소리는 여전히 내게 사랑스럽지만, 지금은 잠깐 기타로서 어법을 잦게 하는 기분. 영상을 자주 찍어보며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올려 확인하고 자세를 교정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기타를 누군가 앞에서 치는 걸 잘 못하는 바람에. 또한 그냥 소리만으로 접근했던 기타 일렉트로닉과 이펙터들을 차근 차근 처음부터 공부하려 하고, 매뉴얼을 보아가며 정리하는 그 재미. 새로운 기능들이나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사용하는 재미. 그리고 기타라는 악기 자체에 대해서의 더 깊은 접근. 지판들 소리의 관계부터, 보이싱 폼의 소리와 다양성, 그리고 연주에서 흐르는 모양과 노트의 앎의 유무와 말 하고 ..
지인이 마침 당장 안 쓰지만 그렇다고 판매도 안 할 예정인 모델이라며 교환해서 사용해 보자 말한 이 페달이 어쩜 나에게는 최선 무난 페달의 칭호를 받게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런 다양한 사운드를 토글로 만들어내는 최근 드라이브 페달은 딱딱하고 맛 없는 재미없는 똑같은 모양의 철 조각만 굴러다니는 소리였는데, 이 페달은 다양한 모양의 철 조각이 굴러다니는 소리가 난다. 지인이 말하길 '좋지만 자기와 자신 기타와는 맞지 않는 페달' 이라고 했는데, 그럴 것 같다. 지인의 기타와 궁합이 안 맞고 지인에게 필요가 없을 만 했다. 왜냐하면 이 페달은 지인의 기타에게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베이스 부스트 기능이 있는 것이 첫 번째 이유. 오른쪽 하단에 검정 노브가 달려 있는데, 이걸 스리슬쩍 올려주면 없었던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