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이었다. ‘그림을 그려야지’ 라는 마음으로 파렛트를 열고 붓을 들었다. 손에 묻어나는 탓에 집지 않았던 파스텔을 집었다. 큰 하이얀 전지에 수채화 물감과 파스텔, 그리고 나와 선영이의 손과 내가 항상 끼고 다니는 반지, 생각, 잘라붙인 종이, 한 획 등으로 그림을 그렸다. 나는 이 그림을 평생 기억할테지. 잊지 못할 거다. 처음 음악으로 작업을 시작하던 4월 16일을 나는 아직 간직한다. 같이 노래를 시작하자고 말한 지는 거나하게 오래 되었고, 곡을 같이 이야기하고 모든 사소함에 웃고 울던 것이 이 만큼이나 오래 되었지만, 이름을 붙이고 앨범 제목부터 짓던 날, 그리고 처음 바늘에 실을 끼우듯이 노래를 하나하나 짓다 보니 밤이 늦고 우리는 그날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은 그 충분한 오후 열 시를..
사실 엄청나게 만족스러운 완벽한 음원은 아니라 생각한다. 드럼은 사정상 미디로 찍었고, 악기도 지금보다 모자란 상황에서 녹음을 했기에 지금 들으면 사실 조금 많이 부끄럽다. 잡음도 들어갔고, 서투름이 보인다. 그렇지만 스트리밍으로 우리 음악을 듣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구나 싶고, 숨기고 싶지는 않다. 이 또한 나에게는 나와 우리의 기록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음악을 들었고, 그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은 손 대어서 공부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지금의 체온이 있고, 두 꿈이 있고,속솜이 있다. 나는 과거와 경험으로써 소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속솜은 처음에 카피곡을 연주하던 팀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럴 듯 하게 기타를 수월하게 연주하지 못하는 나는 다양함을 카피를 하는 것이 발전의 방..
시루를 찾습니다. 꿈에서 자꾸 ‘시루’ 라는 아이를 만나요. 나보다 한 살 어린, 긴 머리의 눈이 크고 붉은 색 니트를 입은 싱어송라이터를 공원에서 만나요. 마틴 기타를 쓰는 아이. 목소리가 영롱한 아이. 내가 멀리서부터 마루노우치 새디스틱을 조그맣게 부르면서 왔어요. 일기를 쓰기 시작하려 마음먹은 날이라 조그만 공책에 글을 적고 있었죠. 그랬더니 멀리서 누군가 내 목소리에 맞추어 기타를 치며 함께 부르기 시작하더라구요. 새벽이라 누구도 없던 공원 길인데. 이건 비밀인데 사실 그 목소리와 기타 소리로 시루인걸 알았어요. 눈인사를 나누고, 가만히 옆에 앉아요. 저번에도 만나지 않았냐며 시루가 웃어요. 나는 웃으며 등을 맞대고 뒤를 보고 앉아 뒤에서 들리는 노래를 들었어요. 내가 말해요. 난 곧 여길 떠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