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이 그치질 않는다. 오늘은 두 번의 현실감 있는 악몽이었다. 꿈에서도 누군가가 내게 그만 해도 된다며 돌아섰다.
‘오랜 친구를 잃었다’ 라는 표현은 사실 제법 추상적이며 우스운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의 모습들, 그리고 네가 알던 내 모습들, 그리고 둘 사이에 다양한 대화로 알아낸 정보와 공명하는 감각들.그리고 공감이 가능한 여러 방면의 취향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에 일방적인 그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상상들을 섞어 붙인 결집체를 서로 마음 안에 넣을 때 쓰는 명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사람을 그토록 사랑하고 아낄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이 지금의 나와 맞지 않게 달라졌다면 눈썹과 한 팔을 들어올려 '다신 만나지 못하겠구나, 안녕’ 이라고 인사를 나누면 되는 거다. 그렇지만 그게 쉽지 않은 건 나도 알고 있다. 품었던 자리는 비로소 공허하기 마련일테고, 인간이 겪는 이별의..
꽤 잘 지내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건 너무 요령없지 않을까. 무언가 짓고 싶지만 왜인지 당장은 시도하지 않고 벽을 끌어안고 지내게 된다. 무미한 마음, 창백한 생각들. 단지 나 스스로를 얼려 둘 뿐이다. 곡을 쓰는 것도 가사를 적는 것도 ‘지금은 때가 아니지 않니’ 라고 묻는 머릿속 또 다른 내 목소리 덕분에 펜을 들거나 건반에 손을 얹고 기타를 잡는 걸 시도하기 보다 차라리 두 눈을 감고 지낸다. 연주 한 올 마다 담는다는 건 노브를 돌릴 때에도 통용되는 말이 분명하다. 매일같이 아침 여덟시에 일어나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술이 섞인 폭식과 구토의 수 많은 단점 중 최악은 복부 지방이, 지방만 찐다는거다. 아침은 꽤나 내가 좋아하는 온도였다. 하지만 아침이 싫은 건 내가 아침이란..
속상함을 술로 덮어 잠기게 하는 습관은 또다른 물을 배설하는 해답밖에 낳지 않네.
우리 나라는 무지해서 그런지, 혹은 유교 사상이라는 잡스러운 정에 빌붙어먹는 유치한 사상에 물든 탓인지. 가족이라는 단어와 그 구성체에 대해서 조잡스럽고 같잖은 부연설명과, 원하고 반드시 필요로 하는 프레임이 너무 많다. 어쩌다 그 두 사람 사이의 그 곳에서 태어났을 뿐이지, 생각과 행동 방식까지 같아야 할 이유도 없고 가족이란 이유로 말을 함부로 할 자격도 없다. 비슷한 유전자와 비슷한 생김새 이유로 전부 같을 순 없지 않은가. 특히나 ‘가족인데 좀 이해해라’ 라는 말 따위는 죄악이다. 나이를 사용하고 정을 사용해서 누군가를 파괴하는 짓은 가족이라는 쓸모없는 허울 속에서만 이뤄지는 명백한 존재 파괴이자 가혹행위다. 버릇없다는 말과 이기려 한다는 말은 그들이 말하는 가족에서 온 게 아니라 개같은 장유유서..
소리는 왜 들리기만 하는 걸까. 왜 음은 실존하지 않을까. 나는 왜 소리를 사랑할까. 물론 당연히 체감으로 이야기 할 순 없는 주제이긴 하지만 : 나에게는 음율과 소리가 그 오래 전 여덟 살 양희은씨의 목소리를 듣는 그 날 부터 여전히 무게로 느껴지기도 하고, 매번 아주 뚜렷한 색감과 형태의 시각으로도 존재하는데 왜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무엇일까. 마음이 아프고 울고 싶어지는 매 시간의 흐름을 악곡을 핑계삼아 초침에 섞어 흘려 보내면, 나는 구태여 공간을 내 감정의 잔향과 연기로 채운다. 혹은, 소리가 채워지는 그 곳을 아직 인간은 발견할 수 없는 걸 지도 모른다. 소리도 어쩌면 존재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생각 하면 마음이 아리다. 나는 왜 소리를 듣기만 할 수 있는 인간일까. 어떤 곡들을 들으면..
이미 제게는 별 인걸요, 당신들이.
집에서 나오는 길 감나무에서 작은 감이 떨어져 있었다. 곧 다른 감 들도 떨어지지 않을까, 혹시라도 감에 맞은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그게 내가 되지 않을까. 조그만 떫은 감. 엘리베이터와 집 현관의 냄새에서 혐오감이 든다. 엘리베이터 속 엔 수 많은 고기들이 들락거릴 테니까. 그 고기를 먹은 어떤 사람들의 냄새도 들어 차 있지만 바람은 불지 않는다. 온도 변화에 너무 민감한 일이 지친다. 에어컨을 켰다가 끄고, 문을 열고 닫고, 하루에 몇 번이나 같은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지쳐간다. 오른쪽 귀에서 심장 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린다. 뛰는게 들릴 정도로. 둥둥대는 소리에 정신을 멍하니 두고 있으면 가슴이 저릿하다. 향을 가득 피운 방의 향기를 몸에 가두고 싶다. 누군가는 지구 반대편에 가 새로운 웃음과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