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온 날 밤 꿈, 죽은 친구가 꿈에 나왔다. 얼음으로 가득찬 학교였다. 발을 헛디디면 얼음 속 심연에 빠져들 것만 같은 학교였다. 길을 잃어 나갈 길을 찾으려 했지만 백야가 펼쳐진 늦은 밤이어서 그런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길이었고, 익숙한 듯 낯선 사람들이 교실에 가득 모여 울기도, 웃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피아노를 치는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말없이 쭈그려 앉아 있는 아이도 있었다. 조용히 숨을 다듬으며 골목을 돌았고. 긴 행진을 보았다. 그 사이 그 아이가 보였다. 내가 무릎을 꿇고 울었다. 한 번 술 한잔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함께 울며 괜찮다고 안아주며 울지말라 했다. 친구에게 고개를 파묻고 울었고 친구를 다시 한번 보냈다. 그 밖에 내가 알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나와 눈..
내가 사랑하는 날씨였다. 겨울비가 아름답게 주륵 흘러내리는 종일이었고, 나는 두 시에 눈을 떠서 물을 마시고 다섯시 까지 누워 있었다. 다음 주 월/화/금은 합주고, 수요일은 공연, 목요일은 작업이 있으니 푹 쉬려던 참이었다. 어제 같이 있던 형에게 잘 들어갔나 연락을 했다. 비가 온다고 서로 말하던 중, 친구와 함께 있을테니 카페로 오란 말을 듣고 우울한 중 씻고 준비를 했다. 면도를 안 한지 이틀이 되었어서 깔끔하게 면도를 했다. 기르고 면도하는 기분이 참 좋다. 형과 친구는 내가 도착하니 나설 준비를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게의 일본 카레를 먹겠다고 해서 같이 가고 싶었지만 후회하고 토할 걸 알아서 꾹 참고 먹지 않았다. 아니, 못 먹었다. 참 싫다. 다른 카페에 들어가 음료를 시켰다. 청보리..
사람 관계의 폭은 거기서 그 자리 그대로란 것 알면서 나는 왜 이토록 구부정하게 오늘 또 알았을까. 이소라 음악을 들어야겠다.
나는 이름있는 학교에 다니고 싶은 것 같다. 그게 비록 낡은 과시욕과 못난 자존감, 나이가 흐르는 중심에서 방패와 핑계를 얻기 위함과 내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처럼 혼자 힘들게) 찾아먹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어서라 말해도 그 어떤 누구도 나에게 무어라 할 수 없을걸. 외롭다. 나도 소속되어보고 싶고 딱히 나를 설명할 때 이름으로 설명해보고 싶다. 스팸을 굽고 싶고 평소에 자주 해 먹던 날치알 오일파스타를 해먹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일본카레를 한 냄비 가득 만들고 싶다. 먹지 않아도 좋고 다 먹어치워 토해도 좋다. 술을 마시는 이유를 잊었고 기타를 병원에 보냈으며 담배값은 겅중 뛰어올라서 다른 걸 찾을 생각이다. 2월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을 예정이고, 합주는 수월하게 진행되며 오디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