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길은 새파랗게 얼어붙어 있기만 했다. 그 모습은 마치 몇 달 전 사 두고 잊어버려 버려진 우리 집 냉동실 속 무언가와 같았다.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것도 찾지 않는. 그렇게. 냄새만 가득 풍기며 존재하기'만’ 하는 그 것들과 같이 (화려함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있는 듯 했다. 그게 너에게, 혹은 너와 걷던 나에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는 있는지. 마음이 아리다, 라는 표현 따위로는 부족하다. 아니, 사실은 다른 질감일 지도 모른다. 까슬까슬한 카펫과 보드라운 벨벳은 질감이 다르고 나머지 보이지 않는 몇 무언가들의 집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것처럼. 저 표현과 내가 알고 느끼는 표현은 다른 질감일 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 내가 저 표현을 마음에 차지 않는데도 쓴 이유는 따로 있다. 다른 너무도 정확..
독은 맨 정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술을 잔뜩 먹은 날에도, 도저히 듣기 힘든 곡이다.
지금 서울은. 혹여, 어쩌면, 내가 있는 이 곳 만은 그렇다. 비가 모든 걸 부숴버릴 듯이 무섭게도 내린다. : 여름 답게도. 장마 답게도. ~답게도. 게도. 도. (무엇보다도 강한 이유다) 어쩌면. 가정이지만. 오늘 이 새벽 이후로 이렇게 폭발적인 빗소리를 아름답게 들을 수 있는, 부서지듯 뿌옇게 생기는 비안개를 볼 수 있는 날이 아예 없거나, 혹은 극히 적을 것 이라는 이유 모를 걱정과 혼자 내린 결론, 그로 인해 우러나오는 두려움에 건반에서 손을 떼고 기타를 두고 가만히 음악 소리를 줄인 채 창문을 살짝 열어두었다. 그리고 이 지금을 붙잡기 위해 글을 쓴다. 이런 새벽에 깨어 글을 적을 수 있고, 좋아하는 인스턴트 커피를 타서 마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
외로움. 비에 젖는 건 내가 아니라 우리입니다.